[김성원의 센터서클]최악의 한국 축구, 인적 쇄신은 불가피하다

2017-10-11 17:28:03

지동원과 태극전사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팬들은 등을 돌렸고, 지지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불신이 똬리를 틀었다.



한국 축구는 천신만고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후 한 걸음도 옮기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유럽 A매치 2연전, 반전의 불씨를 살릴 기회였다. 하지만 러시아에는 2대4, 모로코에는 1대3으로 완패하며 '혹시나'하는 마지막 희망의 잎새마저 허공에 날려버렸다.

'팬심'은 더 사나워졌고, 신태용호도 방향 감각을 상실한 분위기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한 대한축구협회는 어떨까. 시쳇말로 '노답'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망각의 늪에 빠져버렸다.

한 달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9회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박수를 보낼 수 없었다. 그것이 진정한 애정이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결과도 결과지만 적어도 아시아 지역에선 내용 또한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팬들의 눈높이였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반응은 달랐다. '안도'의 목소리가 더 컸다.

그리고 거스 히딩크 감독이라는 돌발변수가 터졌다. '히딩크 열풍'은 거부할 수 없는 한국 축구의 숙명이다. 팬들의 열광은 당연했다. '히딩크=한국 축구', 등식이 재성립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현실이 아니었다. 7월 A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신 감독을 2경기 만에 교체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의 측근에서 나온 발언에 불쾌해 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히딩크 감독을 둘러싼 논쟁은 더 뜨거워졌다. '미풍'으로 가라앉지 않았다.

축구판의 하루는 히딩크로 시작해, 히딩크로 끝났다. 그 사이 신태용호는 허공에 붕뜬 상태로 길을 잃고 있었다.

아쉬운 점은 축구협회의 안일한 현실 인식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면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더 열고, 빠른 대응으로 초기에 매듭을 지었어야 했다. 하지만 시간만 낭비했다. 히딩크 감독을 6일에서야 만난 것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축구협회가 뒤늦게 히딩크 감독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불신의 벽은 해소되지 못했다.

지난 한 달은 어수선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비정상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평가전이 마치 '단두대 매치'로 둔갑했고, 신태용호의 발걸음도 한없이 무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경기는 경기다. 외부 여건이 어떻든 제 갈 길을 가야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다. 팬들도 그런 모습을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태극마크가 부끄러울 정도의 '졸전'으로 불난 팬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월드컵 출전) 32개국 중 한국팀보다 못한 팀은 없다"는 안정환 MBC 해설위원의 한탄만 메아리 칠 뿐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출전국이 속속 가려지고 있다. D-데이는 어느덧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다가오는 월드컵을 즐기지도, 즐길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요즘 같으면 '차라리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바닥을 치면 올라갈 희망이라도 있지만, 바닥의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것이 더 위태롭다. 암울한 한국 축구의 오늘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그냥 '세월이 해결해 주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시간은 결코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없다.

선수단도 선수단이지만 축구협회부터 바뀌어야 한다. 1보라도 전진하기 위해서는 2보 후퇴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 시계 제로의 현 상황에서 인적 쇄신은 불가피하다. 더 늦기 전에 칼을 뽑아야 한다.

인적 쇄신도 '대충'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인사가 만사지만 축구협회는 그동안 '회전문 인사'로 화를 키웠다. 재야에 있는 인사는 물론 박지성을 비롯한 젊은피에게도 길을 물어야 한다. 해외의 전문가들에게도 지혜를 구해야 한다.

위기를 외면하는 순간 더 큰 위기가 찾아온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은 점도 반드시 명심하길 바란다. 모바일 팀장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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