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외친 신진식 감독의 배구, 유행을 타지 않는다

2017-11-14 20:56:32



올 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는 마치 유럽배구를 보는 듯하다. 강력한 서브로 상대 서브 리시브를 흔드는데 초점을 맞춘 뒤 블로킹으로 마무리하는 팀들이 많아졌다. 이번 시즌 플레이의 세밀함을 추구하던 감독들도 힘이 지배하는 흐름에 어쩔 수 없이 편승하는 경향이 눈에 띄고 있다.



하지만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 만은 다르다. 그의 배구 색깔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마이웨이'를 외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게 또 먹힌다. '춘추전국시대', '혼돈의 시대'로 비유되는 이번 시즌 당당하게 선두(14일 현재)를 질주중이다. 시즌 개막전을 포함, 2연패 뒤 5연승으로 순위표 맨 꼭대기에 올라있다.

신 감독은 도대체 어떤 면을 바꾼 것일까. 신 감독이 택한 건 시계를 과거로 되돌려 놓는 것이었다. 신치용 제일기획 스포츠구단 운영담당 부사장이 이끌던 시기의 삼성화재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방향은 수비가 탄탄했던 황금기로의 복귀였다.

기술적으로는 범실 줄이기에 사력을 다했다. 1995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지난 시즌 삼성화재는 36경기에서 881개의 범실을 범했다. 경기당 평균 24.47개였다. 7개 구단 중 3번째로 범실이 많았다. 그러나 신 감독은 비 시즌 기간 강도 높은 훈련으로 눈에 띄는 범실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효과는 기록으로 나타났다. 14일 기준 7경기에서 166개의 범실로 7팀 중 최소 범실을 기록 중이다.

범실이 줄어든 이유는 세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서브 범실이 확연히 줄었다. "미스를 하더라도 강한 서브를 때리라"고 주문하는 타 팀 감독들에 비해 신 감독은 '강하지 않더라도 미스 없는 서브를 넣자'는 생각이다. 강서브에 대한 부담이 없다 보니 외인 공격수 타이스도 서브 범실이 거의 없다. 둘째, 서브 리시브가 안정됐다. 공격 빈도가 낮아지고 리시브에 집중한 레프트 류윤식은 리시브 부문 1위(세트당 평균 4.759개)를 달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황동일의 보이지 않는 효과가 범실을 막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서브 리시브가 곧바로 네트를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 시즌에는 주전 세터 황동일이 큰 키를 살려 대부분의 리시브를 캐치해주고 있다.

신치용 전 감독 시절 삼성화재는 젊은 선수들보다 고참들이 한 발 더 뛰는 팀이었다. 솔선수범과 승리·우승 DNA 유지는 마치 고참들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았다. 신 감독도 삼성화재만의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뜻이 확고했다. '캡틴' 박철우 박상하 황동일 고참 삼총사에게 희생을 주문했고 이에 상응하는 절대 믿음을 부여했다. 그러자 '언터처블' 삼성화재가 부활했다. 박철우는 공격성공률 58.43%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센터 박상하도 블로킹 부문 4위(세트당 평균 0.690개)로 'FA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이고 있다.

다른 선수들보다 30분 먼저 나와 훈련하고 정규 훈련이 끝난 뒤에도 30분 더 훈련하는 황동일도 책임감을 온 몸으로 뿜어내고 있다. 특히 다양한 공격패턴에 류윤식과의 시간차 공격을 추가하면서 상대 블로커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나만 믿고 따라오라"는 신 감독, 그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2년 전 신치용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뭔가 부족해보이던 삼성화재의 2%를 채워가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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