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웸블리현장]잉글랜드-브라질전 주인공은 '종이 비행기'

2017-11-15 10:58:06

종이 비행기가 웸블리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웸블리(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또 다시 '종이 비행기'가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14일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잉글랜드와 브라질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양 팀은 0대0으로 비겼다. 이 날 경기에는 8만5000명의 관중이 모여들었다. 90분 경기가 끝났다. 가장 큰 함성은 '종이 비행기'의 몫이었다.



사실 경기 초반만 해도 네이마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경기 시작 1시간 전 양 팀 선발 라인업을 소개했다. 네이마르의 이름이 호명되자 큰 함성이 쏟아졌다. 경기 시작 직전에도 마찬가지였다. 홈팀 잉글랜드의 다른 어떤 선수도 네이마르를 향해 쏟아지는 엄청난 함성을 넘어설 수 없었다. 경기 시작. 역시 네이마르가 볼을 잡으면 함성이 터져나왔다. 네이마르의 개인기가 나오면 데시벨은 높아졌다. 슈팅이 나왔을 때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초반 20여분 뿐이었다. 네이마르의 슈팅은 계속 골문을 터무니없이 빗나갔다. 잉글랜드의 수비는 단단했다. 네이마르는 물론이고 제수스, 쿠티뉴 등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을 계속 차단했다. 세명의 중앙 수비수 그리고 앞선에 있는 다섯명의 미드필더들. 이들 여덟명은 자기 진영에 차벽을 세운 듯 나오지 않았다. 볼을 걷어내고 또 걷어냈다. 그리고 최전방 투톱인 바디와 래시포드를 향해 찔렀다. 바로 전날 60년만에 월드컵 진출에 실패한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보다도 더욱 단단했다.

다만 잉글랜드의 강력한 수비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만을 만족시킬 뿐이었다. 그를 제외한 8만4999명은 곳곳에서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다들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많은 관중들이 원했던 것은 골이었다. 공격과 공격이 맞붙는 축구를 원했다. 특히 네이마르의 골이 나오기를 바랐다. 그게 안된다면 최소한 다른 선수, 혹은 잉글랜드가 골네트를 흔들기를 원했다. 그러나 오매불망 기다리던 골은 나오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이번 친선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줄부상이었다. 주포 해리 케인인 빠진 것이 컸다. 골을 넣어줄 선수가 없었다. 제이미 바디와 마커스 래시포드의 빠른 발을 활용하는 역습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관중들은 축구보다 다른 놀이를 몰두하기 시작했다. '종이 비행기' 날리기였다. 이미 검증된 아이템이었다. 10월 5일 웸블리에서 열린 슬로베니아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F조 9차전. 잉글랜드는 1대0으로 이겼다. 월드컵 자력본선행을 결정지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그러자 웸블리에 모인 6만5000여 팬들은 종이 비행기를 만들어 경기장으로 날리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골문 안으로 들어간 것도 있었다. 박수가 터져나오자 종이 비행기는 더 많이 날아올랐다.

'종이 비행기' 에어쇼에 맛을 잊을 수 없었다. 이날도 에어쇼를 시작했다. 곳곳에서 비행기가 날아들었다. 대부분은 그대로 추락했다. 앞쪽에 앉아있는 관중의 뒤통수에 처박히기도 했다. 종이 비행기와 충돌한 이들은 그것을 주어다 다시 앞쪽으로 날렸다. 개중에는 공기의 흐름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것도 있었다. 피치 쪽으로 접근하면 수많은 눈동자가 따라갔다. 이리저리 날아가는 종이 비행기를 보느라 선수들의 플레이는 뒷전이었다. 피치 위에 안착하면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수십대의 종이 비행기가 그 환호를 듣기 위해 웸블리 상공을 날아올랐다가 고꾸라졌다. 그러는 사이 경기가 끝났다. 경기장 곳곳에는 공허한 탄식과 종이 비행기들만 나뒹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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