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예능] 전현무와 '나혼자산다', 5년만에 꾼 '최정상'의 꿈

2017-12-11 13:57:56



[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관찰예능의 범람은 PD의 역량을 '섭외력'과 '편집 능력'으로만 국한시킨다. '연출력'은 설치된 카메라의 갯수가 좌우한다.



또한 방송의 재미는 스튜디오 안의 '관찰자' (고정멤버, 혹은 MC)의 역량 보다는 VCR 속 '출연자' (게스트)의 이름값에서 오는 호기심이 크게 좌우하기에, '단물'이 빠지고 나면 롱런은 커녕 혹평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에 더 센 게스트를 섭외하지 못하면 종영을 하거나, 억지 설정으로 '출연자'의 화제성을 연명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여기 '나 혼자 산다'가 있다.

MBC 간판 예능이라는 수식어는 '무한도전'이나 '라디오스타'에 내주고, 연말 시상식에서는 주인공이 되지 못하면서도 5년간 끓인 진국으로 차근차근 단골손님을 불러모은 금요일의 강자.

초호화 멤버 구성이 아님에도 '관찰 예능의 한계'를 여유있게 지워내며 새로운 5년, 10년을 대비하는 웰메이드 방송.

애청자들은 '다니엘 헤니'와 '김사랑', '태양'을 보기 위해 '나 혼자 산다'를 시청하기보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다니엘 헤니와 김사랑, 태양을 본다.

'나 혼자 산다'는 왜 MBC 2017 연예대상의 강자로 거론되고 있을까.

→ 전현무는 가운데 서지 않는다

수 많은 프로그램에서 MC로 활약 중인 전현무이지만, 그가 유독 '나 혼자 산다'에 최적화된 방송인이라는 사실은 애청자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스튜디오 안의 그는 '웃기고자 하면' 웃긴다. 자유자재, 쏘면 맞는 백발백중의 웃음 사냥꾼이다. VCR 속 무지개 회원의 작은 행동이나 말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멘트와 표정은 0점 조준이 잘된 총과 같다.

VCR 안의 전현무는 더욱 재밌다. 나르시즘으로 가득한 자택, 입는 옷마다 돌출되는 하우두유두, 옷은 많지만 떨어지는 패션감각, 라디오 방송에 대한 애정과 눈물까지. 모든 걸 '있는 그대로' 꺼내 놓는다.

그럼에도 전현무는 여전히 '나 혼자 산다'의 '메인' 또는 '센터'를 자처하지 않는다. 그는 늘 가장자리에 앉거나 선다. 양 옆을 두루 바라보며 프로그램을 이끄는 리더라기 보다, 한쪽 구석에서 양념을 치고 화살을 날리며, 때론 굵은 창에 찔리는 역할.

'나 혼자 산다'의 애청자들은 2017 MBC 연예대상의 대상의 영광이 전현무의 몫임을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 그들은 가족이다

'나 혼자 산다'는 드라마다. 가끔씩, 한 두번 보는 예능 방송이 아닌, 지속적으로 보고싶은 연속극. 분절된 각 회차를 엮는 연결고리는 그들의 케미에 있다. 단순하다. 본인들이 재밌으니 시청자들도 재밌다.

'유재석·강호동'이 아무리 재밌어도, 배꼽잡고 웃게 만드는 사람은 역시 '내 제일 친한 친구들'이 아닐까. '나 혼자 산다'의 멤버들은 방송의 분량을 위해 모인 '웃긴 사람'들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저 격의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절친한' 오빠, 형, 동생, 친구들의 모임. 그래서 그들의 웃음은 '리액션'이 아니며 '한달심', '3얼' 등 그들에게 붙은 수식어는 '그들 자체'일 뿐,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다.

애청자들은 마치 가장 편하고 익숙한 절친들로 인해 언제건 웃을 수 있는 '단체 카톡방'에 들어가듯, 금요일 11시의 '나 혼자 산다'를 사수한다.

→ '고정멤버'의 유연성, '게스트'의 진정성

PD의 '어장관리 능력'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부분이다. '나 혼자 산다'는 대한민국 예능 중 멤버의 합류, 하차 등 이슈에 대해 가장 느긋한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이 그 개념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시언이 몇 주간 자리를 비워도 아무도 하차를 의심하지 않는다. 윤현민이 드라마를 마치고 오랜만에 출연해도 요란하게 '복귀'라고 부르진 않으며 문득 '대부님' 김용건을 찾아가거나, 황석정의 하루를 비추어도 거창한 기사가 나진 않는다. '스트라이크 존'을 넓힌 탄력 근무제. 방송의 재미 외적인 잡음이나 과열을 사전에 지워두면서, 소재 고갈이나 매너리즘의 위험에서 자유로운 방송이다. 더불어 롱런의 가능성을 열어 둔 지혜.

또한'나 혼자 산다'에는 아무리 이름값이 높은 특급 게스트가 등장해도, '그에게 의존한다'는 인상을 주진 않는다. 단순 홍보의 목적만으로는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할 수 없다. '집'과 '싱글라이프'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

화장기 없이 부스스한 아침의 민낯, 양치질이나 식사준비, 습관과 버릇 등 적나라하게 등장하는 삶의 흔적은 그 자체로 프로그램을 대하는 '진정성'이다. 그래서일까. '나 혼자 산다'의 멤버들과 게스트 중 상당수는 VCR을 보며 "이것도 (여과없이) 내보내냐"라는 투정을 자주하며, 그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송 출연으로 인한 '호감'을 얻게 된다.

→ 관찰예능? '+ 리얼버라이어티'

'나 혼자 산다'는 이후 범람한 수많은 관찰 예능들을 '머쓱'하게 만드는 원조 맛집이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타인의 삶을 조명하고, 멤버들이 이를 관찰하는 포맷'(관찰예능)으로만 이루어진 방송이 아니다. 모든 멤버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삶을 공개하고 '멤버들이' 직접 이를 관찰하는 형식, 각 멤버의 하루에, 다른 멤버들이 등장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우리 이야기'를 '우리가 보는' 거울형 관찰인 셈이다.

또한 멤버들은 때가되면 '야외'로 나간다. '관찰 + 리얼버라이어티'이다. 200회 특집 제주도 여행이나, '여름 나래 학교' 등은 애청자들이 꼽는 '레전드'이며 그 특집들 역시 관찰자는 멤버들 이었다.

'라스'로 예를 든다면 김국진, 김구라, 윤종신이 야외로 나가 토크를 벌이는 셈. 자연히 프로그램은 입체적이 되고 특집에 대한 기대감은 계절마다 반복된다.

2013년 첫 방송 이후 '대상' 또는 '올해의 프로그램'과는 인연이 없었던 '나 혼자 산다'는 2017년, 무지개빛 연말을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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