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현장]'팀워크 실종'女팀추월, 경기후 사진 '원팀'은 없었다

2018-02-20 06:43:09



팀추월은 '팀' 경기다. 3명의 선수가 한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3번째 최종주자의 기록이 팀기록이 된다. 앞에서 밀고 뒤에서 끌며 최고의 기록을 만들어내야 한다. 18일 이승훈이 이끄는 남자 팀추월팀은 그랬다. 이승훈, 김민석, 정재원이 질풍처럼 내달리며 한몸이 됐다. '강호' 네덜란드를 물리치고 전체 1위로 준결선에 올랐다.



19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은 하나가 되지 못했다. 노선영이 마지막 코너를 돈 후 체력이 떨어지며 처지는 사이 김보름 박지우가 치고 나갔고 이후 노선영과 김보름 박지우 사이의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 김보름이 2분59초대로 들어왔고 김보름과 노선영의 사이에 4초라는 간극이 생겼다. 3분03초76, 8개팀 가운데 7위로 1~4위가 진출하는 준결선행에 실패했다.

7위, 메달 무산이라는 결과를 떠나 노선영이 나홀로 뒤처진 상황이 논란이 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보름과 박지우가 일부러 노선영을 뒤처지게 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한다. 노선영의 경우 평창행 직전 엔트리 번복 등 마음고생으로 훈련 리듬이 깨졌고, 노선영이 대회 전 폭로했듯이 메달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류된 팀추월 훈련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빙상 전문가들은 "팀추월은 육상이나 쇼트트랙 계주와 같은 팀경기로 에이스들이 합을 맞추는 종목인 만큼 개인 기량이 기본이며, 어떤 팀도 팀추월 훈련만을 집중적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김보름, 박지우는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함성소리 때문에 노선영이 그렇게 뒤로 처진 것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일부 네티즌들 말하듯 고의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팀내 불화나 조합 문제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팀원들과 안맞는 건 없었다"고 했다. "박지우가 스타트 초반을 맡고 노선영의 부담이 적어지면서 레이스를 해보려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조합은 최선이었다. 막판 체력 저하가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박지우는 "누구 한 명의 잘못이 아니라 팀의 실수"라면서 "작전 실패인 것 같다. 감독 선생님 걱정도 이 부분이었다. 내가 비켜서 두 번째로 가는 방법이 있었다. 그런데 (김)보름언니와 둘이 푸싱하면서 욕심을 냈던 것 같다. 기록이라도 도전해보자 싶었다. (노)선영 언니도 따라오겠다 했는데 안됐다"고 말했다.

팀 전략과 작전은 감독과 선수들의 고유 영역이다. 노선영이 뒤로 처진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는 함께 달린 선수가 아니라면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경기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원팀'이 아니었다.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경기 하루전인 18일에도 강릉오벌에서 함께 훈련했다. 표정이 밝았다. 노선영의 룸메이트인 박승희가 개인전을 마치고 가세했다. 19일에는 오후 8시 레이스를 앞두고 오후 6시경 몸을 풀었다. 결전을 앞두고 백철기 감독과 코칭스태프와 함께 한자리에 모여 한참을 선 채로 작전을 공유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간간히 미소도 터져나왔다. 문제는 이날 부진한 레이스 직후의 모습이다.

가장 늦게 들어온 노선영이 자책하듯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밥 데용 대표팀 코치가 위로를 건네는 모습이 포착됐다. 1조에서 경기한 후 다른 조들의 상황을 지켜보는 상황, 2조 경기 후 순위가 순식간에 4위로 밀려나자 선수들이 망연자실했다. 김보름과 박지우 단둘이 링크 안쪽 선수존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노선영도 같은 곳으로 이동했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파묻고 혼자 괴로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밥 데용 코치가 허리를 숙인 채 노선영을 위로했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노선영을 등진 채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침울하고 냉랭하고 어색한 분위기, 서로 단 한마디의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 이상한 것은 그부분이었다. 메달권 탈락이 확정된 오후 8시17분경 김보름과 박지우가 먼저 일어나 믹스트존으로 나갔다. 노선영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 혼자 라커룸으로 빠져나갔다. 인터뷰에는 김보름, 박지우만 응했다.

경기는 잘 못할 수도 있다. 선수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원팀' 축구에서 자책골을 넣은 선수, 골을 허용한 수비수를 책망하는 팀원은 없다. 설령 노선영의 체력 저하가 문제였다 하더라도 "괜찮아요" "고생하셨어요" "힘내요"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것이 '원팀'이다. 팀이 무너지는 순간, 패배는 예정된 것이다.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원팀'이 아니었다. 팬들이 실망한 것은 7위라는 결과가 아니다 . 아쉬운 것은 경기력이 아니라, 하나 된 마음이었다. 팀워크가 없는 팀추월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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