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Live]고집과 눈물로 이룬 '아리랑 감동', 민유라-겜린 '韓피겨 새 역사'썼다

2018-02-20 13:21:05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 경기가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렸다.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20/

고집과 눈물로 일군 '아리랑 감동.' 민유라(23)와 알렉산더 겜린(25)이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를 새로 썼다.



민유라-겜린은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 댄스에서 감동의 연기를 펼쳤다. 기술점수(TES) 44.61점에 예술점수(PCS) 41.91점을 합쳐 프리 댄스 86.52점을 기록했다. 전날 얻은 쇼트 댄스 61.22점을 더해 총점 147.74점을 기록했다. 최종 순위는 18위. 하지만 순위와 관계없이 민유라-겜린의 '아리랑 감동'은 은반 위를 빛내기 충분했다.

민유라-겜린의 발자취가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새 역사다. 한국 피겨가 올림픽 프리 댄스에 나선 건 이번이 최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서 양태화-이천군이 쇼트 댄스에 나섰지만 24위로 프리 댄스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 쇼트 댄스 20위 안에 들어야 프리 댄스 진출 자격이 주어진다. 민유라-겜린은 19일 쇼트 댄스에서 16위를 기록, 당당히 프리 댄스에 진출했다.

프리 댄스 확정 후 키스앤드크라이존에서 민유라는 눈물을 보였다. 묵은 감정이었다. 한국 최초로 올림픽 프리 댄스에 나선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보여주고 싶은 것'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는 감격이었다. 민유라는 "지금 계속 눈물이 나와서 말을 잘 못하겠다.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아리랑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겜린 역시 "우리가 해냈다. 아리랑 꼭 하고 싶었는데 프리에서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 세계인들의 눈이 쏠린 평창올림픽 은반에서 '아리랑'에 몸을 맡길 수 있다는 감격. 민유라가 흘린 눈물의 의미였다.민유라-겜린은 단아하고 절제된 동작, 그 속에 서글픈 한국의 정서를 담아 아리랑 선율에 춤췄다. 그들의 연기 후 관중석에선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민유라와 겜린은 서로를 마주보며 감정의 여운을 삼켰다. 점수와 순위를 떠난 감동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올림픽 은반에서 '아리랑 감동'을 전하기 까진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아리랑 선곡에 대한 반대가 극심했다. 민유라는 "처음 선곡때 어시스턴트 코치들이 말렸다. 우리들은 그 정서를 알지만 외국 심판들은 모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와 겜린은 끝까지 고집했다"며 "아리랑으로 나선 첫 시합 후에도 한국 심판분께서 '그 곡으론 올림픽에 나서지도 못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숱한 주변의 반대에도 민유라와 겜린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올림픽에 나서지도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민유라와 겜린은 '기필코 해내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폭이 넓어 피겨스케이팅 의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은 한복도 디자이너 의뢰를 통해 맞춤복으로 마련했다.

평창올림픽만 바라보고 아리랑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겜린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지난해 7월 한국으로 귀화한 미국 태생 선수. 미국에 있는 부모님이 겜린의 선수 생활을 경제적으로 전폭 지원했다. 여유롭지 않은 경제 상황에 겜린의 부모님은 노후 자금까지 내줬다. 그 숭고한 희생에 겜린은 마음을 굳게 다졌다. 꼭 올림픽에서 아리랑 연기를 선보이기로.

그 간절함이 통했다. 민유라-겜린은 지난해 9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혼 트로피에서 아리랑 연기를 펼쳐 종합 4위로 평창행 티켓을 획득했다.

19일 쇼트 댄스 후 흘린 민유라의 눈물엔 일련의 모든 고난이 녹아있었다. 그리고 20일. 그들이 해냈다. 첫 번째 수행요소 스테이셔너리 리프트부터 최종 코레오그래픽 댄스 리프트까지, 민유라-겜린은 아름답게, 그리고 구슬프게 그려냈다. 이를 지켜본 관중들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프리 댄스를 마친 민유라, 이번엔 울지 않았다. 밝은 미소로 "아리랑은 한국의 자부심(Korean pride)이다. 어머니께서 항상 내게 '넌 한국인'이라고 하신다"라며 "난 미국에서 난 한국인"이라고 했다. 반면 겜린은 울컥했다. 겜린은 "부모님 희생으로 내가 여기 있다. 날 위해 모든 것을 해주셨다"며 잠시 말을 잊지 못하다가 "Overwhelm(격한 감정에 휩싸이다)"이라고 했다.

평창을 적신 '아리랑 감동.' 그리고 한국 피겨 아이스댄의 새 역사. 그 속엔 민유라-겜린의 고집과 눈물이 있었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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