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뜨거운 감자' 인공호수 명칭…지자체들 이름 차지 경쟁

2018-04-17 08:36:02



충주댐과 대청댐 설치로 형성된 인공호수의 명칭을 두고 이웃사촌인 지방자치단체들이 얼굴을 붉히고 있다.
지자체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각기 다른 호수의 명칭을 내세워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관광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호수 명칭이 갖는 브랜드 가치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지자체로서는 호수 명칭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도 있었던 수역 명칭 논란은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의 공식 확인으로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그동안 공식 명칭으로 여겨왔던 '충주호'·'대청호'라는 이름이 국가지명위원회 의결을 받지 않았으며 해당 수역이 '지명 미고시 수역'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현재 국가 기본도에 나오는 충주호·대청호라는 이름이 정부에서 정한 공식 지명이 아니라는 얘기다.

◇ 충주댐 인공호수 명칭 놓고 충주·제천·단양 '갈등'
충주댐은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유역종합개발 계획의 하나로 1985년 완공됐다. 국내 최대 콘크리트 중력식 댐으로, 충북 북부 3개 지자체(충주·제천·단양)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의 규모는 충주시 종민동 본댐부터 단양군 도담삼봉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97㎢의 저수 면적에 최대 저수용량이 27억5천만t에 달한다.
건설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호수의 명칭은 충주호로 불려왔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하는 '국가 기본도'에도 충주호라는 명칭으로 표기됐다.

그러나 1998년 제천시가 호수 명칭 변경 신청서를 충북도 지명위원회에 제출하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충북도는 충주호 명칭이 이미 상당 기간 쓰여 왔다는 이유로 신청안을 부결했다.
그럼에도 제천시는 충주호 대신 '청풍호'라는 명칭을 공식 문서에 사용하고 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명칭 논란은 충주호가 미고시 수역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점화됐다.
제천시는 지난달 28일 충청북도 지명위원회에 충주댐 인공호수를 '청풍호'로 지명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정안을 또다시 제출했다.
제천시는 청풍호라는 명칭의 역사성을 내세운다. 충청도를 상징하는 '청풍명월'에서 따온 것으로, 어느 특정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공동 브랜드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논리다.

충주댐 건설로 인한 수몰 면적이 충주와 제천, 단양 가운데 제천이 제일 많은 63.9%에 달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에 반해 충주시는 2014년 국토지리정보원이 저수지(호수) 이름을 일관성 있게 관리하기 위해 만든 '저수지 명칭 정비 지침(예규 63호)'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이 지침에는 댐 건설로 형성된 저수지는 댐 명칭에 일치시킨다고 나와 있다.

여기에 단양군까지 명칭 논란에 가세했다. 단양군은 단양 수중보 일대 남한강 이름을 '단양호'로 공식 명명하고 관광기반 조성 사업에 나설 뜻을 밝혔다.


◇ 옥천군 '대청호→옥천호' 지명 변경 요구
대청댐 인공호수 명칭 논란도 충북 북부지역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대청호가 지명 미고시 수역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지명 변경을 추진하고 나선 충북 옥천군은 지난 3일 향토사학자와 주민 대표 등 7명으로 구성된 옥천군 지명위원회가 중심이 돼 충북도에 '옥천호'로 명칭을 바꿔달라는 개명안을 냈다.

지명위원회의 개명 논리는 간단하다. 대청댐 건설 당시 수몰 피해가 가장 컸고 전체 유역면적의 3분의 1을 옥천이 차지하는 만큼 호수의 정체성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전체 옥천 군민의 절반 가까이가 찬성할 정도로 옥천호 명칭 변경에 호응하고 있다.
1980년 건설된 대청호는 대전시와 충북 청주시, 옥천·보은군에 걸쳐 있다.

대청호라는 명칭은 대전과 청주의 중간에 자리 잡아 생긴 이름이라는 주장과 충남·북의 경계를 이루던 대전시(대전과 통합)와 청원군(청주와 통합)의 첫 글자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문제는 이웃 지자체의 반응이다. 대전시는 작년 10월 지명위원회를 열어 현행대로 대청호라는 지명을 사용하기로 의결했고 이해관계에 있는 청주시와 보은군도 대청호 명칭에 이견이 없다.
공식 지명은 국가지명위원회를 거쳐 확정되지만 그 전에 충북도지명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충북도는 이해관계가 있는 지자체의 의견을 들어 충북도지명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

제천시와 옥천군이 개명안을 내더라도 인근 지자체가 반대하면 충북도 지명위원회 통과는 쉽지 않다.

지방선거와 맞물려 논란이 거세지고 있지만, 호수 명칭 변경은 쉽사리 결론 내지 못한 채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vodcast@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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