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핵포기 사례로 본 北선택지는…리비아식? 이란식?

2018-04-20 17:32:11

[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 사진 EPA

북한 비핵화 협상이 가시화하면서 앞선 다른 나라의 핵포기 경험이 '한반도 비핵화 모델'을 만드는 데 적잖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북핵 문제와 과거 사례를 동일한 선상에 놓고 따지기는 어렵지만, 각각의 '모델'은 부분적으로 북한과 유사성이 있어 대북 협상 및 실질적 비핵화 과정에 고려할만한 요소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1970년대 핵무기 개발에 착수한 남아공은 고농축우라늄(HEU) 기반 핵폭탄을 실제 보유했다가 포기한 최초의 국가다.
남아공은 1975년 쿠바군의 앙골라 주둔 등 안보 위협과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국제사회 압력, 지도층 결속 필요성 등을 이유로 핵폭탄을 개발했다.

하지만 구소련 붕괴에 따라 안보 환경이 개선되고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이 강해지면서 핵무기 포기를 선언했다. 정권 교체와 정치적 안정성 증대도 포기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남아공의 핵포기는 모든 핵무기·HEU 관련 시설 해체, NPT 가입 및 IAEA 안전조치 협정 체결, IAEA 사찰, 남아공의 핵포기 완료 발표 등 수순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남아공에 대한 즉각적 보상은 없었고, 국외 반출 없는 자체 폐기 및 전용으로 핵포기가 이뤄졌다.
남아공은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였다는 사실이나 일부 주변국과의 대립적 안보관계 등은 북한과 유사하지만, 핵무기 수준 및 국가체제 등에서는 차이가 있다.

스스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폐기하는 결정도 스스로 내린 남아공과 달리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 3개 국가는 구소련 붕괴로 어느 날 갑자기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경우다.

이들 국가는 신생 국가로서 체제 안정과 경제 재건을 위한 서방의 지원 확보, 핵무기 관리 능력 부족 등을 고려해 핵무기 포기 결정을 내렸다. 미국과 나토, 러시아의 압박도 있었다.

이후 이들 국가는 1992년 미국·러시아와 핵무기 폐기를 약속하는 리스본 의정서를 체결했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탄두를 이전·폐기하는 절차를 밟았다. 1994년에는 미국·러시아·영국과 안전보장 각서인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미국은 핵무기 제거 및 핵시설 해체를 위해 미국의 자금과 기술력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넌-루가법'을 통해 경제 지원에 나섰다.

이들 국가는 체제에 대한 안전보장과 경제 지원의 대가로 핵포기가 이뤄졌다는 점에서는 북한과 일부 유사점이 있지만, 애초부터 자체적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가지지 못한 국가였다는 차이가 있다.

리비아의 핵개발은 팬암 여객기 폭파 사건으로 야기된 미국과의 적대적 상황에서 안보를 유지하고 국제사회에서 위상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고농축우라늄(HEU)을 통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던 리비아의 카다피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안보 위협 등에 따라 2003년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선언했다.

리비아의 핵포기는 굉장히 신속하게 진행됐다는 특징이 있다. 핵포기 선언으로부터 관련 시설·장비의 미국 이전과 IAEA 핵사찰까지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리비아는 핵포기의 보상으로 제재해제와 대미 관계개선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가장 최근의 핵포기 국가인 이란은 당초 안보 유지와 중동 지역에서의 패권 유지를 위해 핵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강력한 금융제재와 중도개혁파 정권의 출범이 핵무기 정책에 변화를 가져왔다.

2013년부터 미국과 비밀리에 협상을 본격 전개한 이란은 2015년 7월에는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 등 6개국(P5+1)과 핵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타결했다.

협정은 우라늄 농축 제한 등 핵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이란이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해제한 제재를 다시 복원하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이 포함되는 등 검증 규정이 엄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리비아식 해법은 자발적 핵포기에 따른 가장 확실한 '일괄타결론'으로 미국이 선호하고 있고, 이란식 해법은 비핵화 단계별로 제재를 해제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기존 입장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사례의 매끄러운 완전한 비핵화 과정, 리비아 경우 핵포기 이후 단계적 협력, 이란 협정 과정에서의 국제적 합의 등 사례별 시사점이 있다"면서도 "북핵 문제는 워낙 독특한 사안인 만큼 창의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apyry@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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