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기적같은 역전 8강행 '영웅' 김건희가 완성했다

2018-05-17 05:20:00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 경기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수원 김건희가 전반 두번째골을 터뜨리고 환호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5.16/

'뒤집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수원 삼성이 짜릿한 대역전극을 펼치며 ACL 8강에 진출했다.

수원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울산과의 2차전서 김건희의 원맨쇼를 앞세워 3대0으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0대1로 패했다가 1, 2차전 합계 3대1로 역전하며 2011년 대회(4강) 이후 7년 만에 8강행의 기쁨을 누린 것.

그야말로 각본없는 기적같은 드라마였다. 무엇 하나 유리할 게 없었던 수원은 에이스 염기훈이 빠진 상황에서도 간절함으로 죽도록 뛰었고, 난세의 영웅처럼 등장한 김건희의 깜짝 활약까지 더해져 보기드문 명승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기적을 바라봐야 했던 수원

경기를 시작하기 전 수원과 울산 두팀은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렸다. 하지만 답은 사실상 뻔했다. 수원은 원정 1차전에서 무득점 패배(0대1)한 까닭에 선택지가 거의 없었다. 홈 2차전에서 실점·무실점 관계없이 무조건 2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했다. 1대0으로 승리하면 백지 상태에서 연장 승부에 기대를 걸 수 있었다. 전날 '뒤집기'의 선례를 남긴 전북에 비하면 비교가 안되는 경우의 수다. 전북은 부리람과의 원정 1차전에서 2골이라도 넣고 1골차(2대3)로 패했기에 부담이 덜했다. 더구나 울산은 최근 12경기 무패행진(7승5무)에 리그 9경기 무패하는 동안 경기당 평균 0.6골밖에 허용하지 않은 탄탄 수비를 자랑하는 팀이다. 올해 ACL에서 총 득점수(조별리그 포함 7경기)가 8골로 울산(16골)의 절반밖에 안되고, 최근 리그 4경기에서 3골에 그친 수원 입장에서 '뒤집기'는 대이변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수원에겐 작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최근 홈에서 6경기 연속 무패라는 사실. 시즌 초반 원정가서만 이긴다고 해서 '원정깡패'라고 불렸다가 '홈깡패'로 변신하는 중이었다. 울산을 상대로 기분 좋은 기억도 있었다. 지난 2011년 FA컵 준결승에서 울산을 만나 1차전 0대2로 패한 뒤 2차전 3대0으로 짜릿하게 뒤집기를 한 것이다. 실낱같은 믿는 구석의 힘은 대단했다. 여기에 영웅까지 탄생하더니 "그 어려운 일은 해냈지 말입니다"를 외쳤다.

▶'영웅탄생' 김건희 기적을 만들다

프로 3년차 김건희(23)는 미완의 대기였다. 고려대 시절 공격수 랭킹 1위로 크게 주목받고 수원에 입단했지만 그럭저럭 시즌을 보내왔다. 올시즌 K리그 8경기 1골, ACL서는 골이 없었다. 갈비뼈 부상으로 이탈한 염기훈의 대타로 출전했다. 기회를 얻더니 그간의 설움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연이은 파상공세만 퍼부으며 가슴 졸이던 전반 26분 이기제가 오른쪽 골라인 근처 프리킥에서 강하게 크로스를 올렸고 김건희가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골망을 강하게 흔들었다. 일단 연장 승부를 확보한 수원의 홈경기장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일격을 당한 울산이 미처 전열을 정비하지 못하는 틈을 수원은 놓치지 않았다. 올가미처럼 수원의 압박은 갈수록 강해졌다. 불과 5분 뒤 한 시즌에 몇 번 볼까 말까한 '명품 골'이 펼쳐졌다. 주인공은 또 '대타' 김건희였다. 바그닝요가 측면 크로스를 헤딩으로 받아 김건희 가슴으로 떨궈줬고 김건희는 가슴 트래핑에 이은 오른발 터치로 공을 안착시킨 뒤 상대 수비를 완벽하게 따돌리며 왼발 터닝슛을 작렬했다. 골키퍼는 멍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김건희의 깜짝 활약에 경기 전 분위기와 180도 달라진 수원은 후반에도 거칠게 없이 각본없는 드라마를 썼다. 후반 13분 수원은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곽광선이 리차드를 밀어 넘어뜨렸다. 실점하면 원정 다득점에서 수원이 탈락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2분 뒤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수원 수문장 신화용이 키커 오르샤의 오른쪽 방향 슈팅을 예측하고 슈퍼세이브를 한 것. 그래도 울산은 1골만 만회하면 되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경남과의 13라운드서 정재용의 조기 퇴장으로 체력을 소진한 여파가 컸을까. 다 잡은 고기마저 놓치게 된 심적 위축감까지 더해져 좀처럼 다시 뒤집기를 하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바그닝요의 그림같은 쐐기골은 보너스였다. 이로써 수원은 7년 전 FA컵 준결승의 대역전 드라마를 재방송하며 기분좋은 '홈깡패'가 됐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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