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순삭'한 심창민의 KKK, 마무리는 이래야 한다

2018-06-21 08:23:59

2018 KBO리그 삼성과 LG의 경기가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사진은 삼성 심창민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4.29/

마치 예전 오승환(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순식간에 지워버리는 명쾌한 클로징. 답답한 가슴 속을 시원하게 쓸어내리는 듯한 청량감마저 느껴졌다.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투수 심창민이 20일 대구 SK전에 보여준 모습은 흡사 '마무리는 이래야 한다'는 걸 웅변하는 듯 했다. 그만큼 오랜만에 KBO리그에서 나온 압도적 클로징 투구였다.



이날 심창민은 꽤 터프한 상황에 등장했다. 경기 초반 1-4로 뒤지던 삼성은 7회와 8회 연속 득점을 앞세워 6-4로 전세를 뒤집어놨다. 그리고 9회초를 맞이했다. 애초 삼성 김한수 감독은 심창민을 아끼려고 했다. 워낙에 8회에 나와 1이닝을 불과 12구만에 끝낸 장필준의 구위가 좋았기 때문이다. 만약 장필준이 8회 만큼의 위력을 보인다면 굳이 심창민까지 동원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장필준이 갑자기 흔들렸다. SK 선두타자 노수광에게 4구 만에 중전안타를 맞더니 후속 한동민마저 풀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무사 1, 2루가 된 동시에 SK 클린업 트리오를 줄줄이 타석에 나오게 됐다. 홈런 한 방이면 재역전을 당할 위기 상황에 빠진 것이다. 삼성은 결국 심창민을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상황이 심창민에게는 불리했다. 9회에 동점 주자까지 나가있는 노아웃 상황에 클린업 트리오를 상대해야 한다. 그 어떤 마무리 투수라도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심창민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보였다. 자신의 구위에 대한 강력한 확신으로 무장한 얼굴. 그리고 이런 자신감은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K-K-K

심창민은 첫 상대인 로맥을 3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대타 최 항도 7구째에 헛스윙 삼진, 마지막 이재원마저 공 4개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투구수 14개로 간단히 팀의 승리를 지켜낸 것이다. 모처럼 목격한 압도적 마무리의 위용이었다. 갑자기 오승환이 떠오른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실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유난히 마무리 투수들의 수난이 많이 나왔다. 한화 이글스 정우람 정도를 제외하고는 압도적으로 경기를 끝내는 마무리 투수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리그 총 블론세이브도 이미 93개에 달한다. 이 추세라면 2017시즌 전체 블론세이브(174개)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추세 속에 모처럼 심창민이 강력한 마무리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다.

비록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엔트리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올해 심창민은 개인 커리어하이 시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33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2.63에 4승 4홀드 9세이브를 기록중이다. 아직 패전 기록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실력과 운이 모두 따른 결과다. 비록 전천후로 나온 탓에 세이브부문에서는 공동 5위에 머물고 있지만, 팀 공헌도는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삼 대표팀 탈락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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