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선포한 금감원장,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 요구…'부담액 4000억원 ↑' 삼성생명 어쩌나

2018-07-13 08:49:34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회사들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생명보험회사들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을 요구해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삼성생명은 업계 전체 8000억~1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미지급금 가운데 절반 가량인 4300억원 정도를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수조원대 규모의 '자살보험금 사태'에 맞먹는 '쓰나미급' 충격을 걱정할 정도다.

즉시연금은 보험 가입시 보험료 전액을 입시 납입하고, 매달 연금 형태로 지급받다 만기에 보험료 원금을 전부 돌려받는 상품이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규모는?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즉시연금 상품에 대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11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삼성생명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한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지난 2012년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에 가입한 A씨가 가입당시 약속한 연금을 과소지급하고 있다고 민원을 제기한 것. 당시 금감원 분조위는 삼성생명이 덜 준 연금액과 이자를 지급하도록 했고, 삼성생명은 이 결과를 수용해 지난 2월 해당 민원인에게 미지급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 결정은 다른 가입자들에게 적용 가능해 파장이 예고됐다.

그러나 삼성생명에서 분조위 결정 이후에도 반년이 넘게 지급을 미루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고, 급기야 금감원장이 지난 9일 직접 최후통첩을 하게 된 것이다. 윤 원장은 "분조위 결정 취지에 위배되는 부당한 보험금 미지급 사례 등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단호하게 못 박았다.

즉시연금 미지급 관련 생보사는 20개 정도로, 미지급 건수는 16만건·미지급금 규모는 최소 8000억원에서 1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에서 삼성생명의 경우 5만5000건·43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화생명은 2만5000건·850억원, 교보생명은 1만5000건·700억원 규모로 전해졌다.

지급해야할 금액이 큰 만큼 보험사들은 부담 때문에 금감원의 압박에도 선뜻 지급 결정을 못하고 있다. 12일 현재 AIA생명 등 소수의 중소 보험사에서는 일괄지급 의사를 금감원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지만, 삼성생명을 비롯한 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대형사에서는 지급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확실히 정해진 사항은 없고, 이달 말 열리는 이사회의 결정을 따를 방침"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품 판매 당시 허술한 약관과 최저보증이율 보장 강조 등 불완전판매 요소가 다분한 만큼, 보험사들이 지급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감원도 분조위의 조정 결과를 민원인과 금융회사가 모두 수용한 만큼, 법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험업계, '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 우려?

보험업계에서는 이러한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 이슈가 '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특히 자살보험금 관련 논란은 지난 2014년 이후 법정다툼이 계속된 데다, 이후 총 2조원대에 달하는 천문학적 보험금 지급은 물론 금융당국의 철퇴를 맞은 만큼 업계 전반의 '내상'이 상당하다는 것. 더구나 윤 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전쟁' 의지까지 밝힌 만큼 보험사들의 부담은 더 커진 상태다.

앞서 삼성·한화·교보생명은 자살보험금 늑장 지급으로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삼성·한화생명에는 기관경고, 교보생명에는 1개월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삼성·한화생명은 1년간 새로운 사업에 진출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과징금은 삼성생명에 8억9400만원, 교보생명에 4억2800만원, 한화생명에 3억9500만원이 부과된 바 있다. 삼성생명은 논란이 됐던 자살보험금을 이미 전액 지급된 상태다.

자살보험금 지급을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던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즉시연금 미지급금 수령은 금융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라면서 가입자들이 미지급된 보험금을 반드시 챙길 것을 당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부터 시범 시행되는 금융통합감독제도는 물론 암 보험금 논란 등 보험업계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지난 2003년 '카드사태'와 비슷한 수준의 후폭풍이 몰려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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