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만의 Why not?]프로야구 감독의 권위 그리고 '왕좌의 게임'

2018-07-23 09:29:25

1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SK 산체스와 NC 왕웨이중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NC 유영준 감독대행(왼쪽)과 코칭스태프.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7.19/

프로야구 감독은 해군제독,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함께 '남자의 3대 최고직업' 이라는 말이 있다. 세 자리 모두 공통점이 있다. 오랜 경력과 깊은 지식, 미래에 대한 비전 그리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가지. 그 자리에 올랐을 때 막강하면서도 '유일한' 권위를 갖게 된다. 누구도 그 권위를 침범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생각해보자. 오케스트라 연주 중에 갑자기 수석 바이올리니스트가 벌떡 일어나 지휘를 한다면 어떨까. 또 한창 목표점을 향해 순항 중인 함선에서 부함장이 방향키를 잡겠다고 나서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야구도 마찬가지다. 감독의 권위가 분명히 지켜져야 한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혹은 침해하려는 행위는 있어선 안되고, 혹여 조금이라도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문책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권력의 유혹'은 종종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그래서 '넘버 원' 감독이 아닌 코치가 자신의 직위와 그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를 착각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직책간의 위계질서가 명확한 프로야구판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KBO리그 역사를 돌아봐도 이런 문제 때문에 시즌 중 갑작스레 보직이 변경되거나 2군에 내려가거나 혹은 아예 팀을 떠나는 코치들이 적지 않았다. 마치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처럼, 권력의 정점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와 응징의 스토리가 KBO리그에도 적지 않았다.

올해도 수도권 A팀의 B수석코치가 갑작스레 2군으로 내려간 적이 있다. 감독의 지시 사항을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거나 하면서 팀내 지휘체계에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 결정으로 잠시 몸살을 겪었지만, 이후 A팀은 한층 더 단단한 팀워크를 만들었다.

물론 이런 사례들 중에서는 다소 억울한 케이스도 있다. 감독이 코치들의 행동에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한다거나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서 내친 경우도 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나중에 오해가 풀려 당사자들이 다시 한 팀에서 뭉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팀 융화에 문제를 일으킨 해당 코치는 다른 야구인들에게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점점 잊혀지게 된다.

지방 C팀의 레전드급 스타코치 D 역시 과거 유력한 차기 감독 후보로 손꼽혔지만, 구단과의 불화와 차기 감독 보장을 위해 지역 여론을 조성하는 활동 등에 집중하다가 지금은 야구계에서 떠나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E코치도 한때 1군 감독 하마평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KBO리그 1군에 없다. 새 팀에서 '넘버 1'의 자리에 관심을 보이다가 불화를 빚은 탓이다.

NC 다이노스는 올해 격변의 중심에 서 있다. 무엇보다 창단 후부터 팀을 강팀으로 이끈 김경문 전 감독이 팀을 떠났다. 비상 시국에 유영준 전 단장이 감독대행으로서 임시 지휘봉을 잡았다. 이유가 석연치는 않았지만, 유 감독대행은 그래도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은 어느 정도 해내는 중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최소한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지휘 체계가 더 이상 흔들려서는 안된다.

팬들은 좀 이상하고 화가날 지도 모르겠지만, 전준호 코치의 2군 행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비상시국에서 개인의 입지를 먼저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는 지휘 체계를 흔드는 일이고, 팀을 더 어렵게 만드는 행동이었다. 야구계에서는 이미 파다하게 알려진 일이다. 오히려 구단에서 포장을 좀 해준 면이 있다. 그런데 오히려 팬들이 전 코치의 내세우는 바람에 그의 과오가 드러나게 됐다. 씁쓸하고도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스포츠 1팀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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