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도시' 부산? 대전 반도 못따라가는 현실

2018-08-16 08:00:40

◇부산 사직구장. 스포츠조선DB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라는 말이 있다.



선거철 여러 후보들이 내건 공약이 선거 뒤 자취를 감추는 것을 빗댄 것. '공약 이행' 목소리가 높아질 때면 '현실 정치'라는 그럴듯한 포장 속에 수정을 거듭하다 폐기되곤 한다. 정치 불신은 이런 구태가 반복된 결과물이다.

'야구 도시' 부산의 '새 야구장 건립' 공약은 과연 언제쯤 지켜질까. '개방형 야구장 건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오거돈 부산 시장이 묵묵부답이다. 원론적인 입장 만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돔구장 신축'을 공약으로 내건 서병수 전 시장에 맞서 '개방형 야구장 건축'을 약속했다. 그는 "개폐형 돔구장은 입지, 재원조달 계획이 수립되지 못해 당장 실현이 어렵다. 국비, 시비, 민자 유치 등 1800억원의 예산을 토대로 개방형으로 조속한 재건축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민자유치와 투자비 회수, 운영비 조달의 면밀한 검토, 북항 재개발, 2030 엑스포 시설 활용과 연계해 입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임 두 달이 지난 현재, 부산의 새 야구장 이슈는 한 발짝도 진척이 없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된 부분이 없기 때문에 따로 답변을 드리기 곤란하다"며 "시민 의견을 수렴 과정을 통해 계획을 구체화해 나아갈 것이라는 것 외엔 말씀드릴게 없다"고 했다.

오 시장이 새 야구장 건축을 공약으로 내민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동안 부산 시장 후보들의 '단골 메뉴'였던 '돔구장 건설'을 가장 먼저 꺼내든게 오 시장이다. 12년 전인 지난 2006년 부산 시장 선거를 앞두고 '돔구장 신축'을 공약했다. 서부산권에 5000억원의 건설비를 들여 돔구장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지만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14년 시장 선거에서도 돔구장 건설 공약을 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 등이 빠져 '표심 끌기용'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다시 돔구장 이슈를 끌고 나온 서병수 전 시장에 맞서 '개방형 야구장 건축' 공약을 들고 나왔다. '3전4기' 끝에 부산 시장 자리에 오른 지금, 언제 야구장 이야기를 했었나 할 정도로 상황이 돌변했다.

전임 허남식, 서병수 시장 시절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이들의 당선 후 '새 야구장 건립' 공약 이행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 억원을 들여 사직야구장 활용 방안 용역만 세 차례 진행했으나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흐지부지'였다. 구체적인 실행 논의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번에도 사직구장 공약은 부산 유권자들을 향한 '선거철 감성 마케팅'으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같은 '새 야구장' 공약을 내걸었던 허태정 대전시장의 행보와 확연히 구분된다. 허 시장은 후보 시절 원도심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을 공약했다. 대전 시장 취임 두 달 만에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밭종합운동장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오는 2024년까지 새 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엔 대전구장을 직접 찾아 점검하고 공약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화 이글스-롯데 자이언츠전은 우천 취소됐다. 이날도 사직구장을 찾은 부산 시민들은 경기장 곳곳에 새는 빗물과 악취 속에 사투를 벌였다. '야구 도시' 부산의 오늘은 또 그렇게 흘러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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