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쉬운 우승이 있을까. 국감에서 무시당한 야구

2018-10-11 17:00:53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우승이 뭐, 그렇게 어려운 우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1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에게 한 말이다. 쉬운 우승이라는 게 있을까. 쉽게 우승하면 욕을 먹어야 하나.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금메달을 땄을 때 많은 팬들이 사회인야구 선수로 구성된 일본과 실업팀 선수들이 섞인 대만을 이기고 우승했다며 비난했다. LG 트윈스 오지환,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 등 군미필 선수들이 포함된 대표팀이 약팀을 상대로 금메달을 따며 병역 혜택을 받게 된 것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벌써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을 잊은 걸까. 당시 한국은 프로선수들이 대거 참여한 대만에 패하고,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 밀려 동메달에 머물렀다. 그때도 한국은 군미필 선수들이 포함된 프로선수들이 참가했다. 당시엔 '군미필 선수를 많이 뽑아야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어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지금처럼 12년 전에도 모두가 쉽게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어느 종목을 봐도 쉬운 우승이란 절대 없다. 100m 세계 신기록을 가진 우사인 볼트도 모든 경기에서 우승하지 못한다.

미국은 올림픽에 NBA(미국프로농구) 선수들로 구성된 '드림팀'을 출전시켜 왔다. 매 경기 화려한 볼거리로 승리를 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상대팀과 실력차가 커 우승이 당연해 보이지만, 누구도 우승을 폄하하지 않는다. 프로선수들이 기꺼이 나라를 위해 출전해서 뛰어 준 것에 고마워한다. 최고 선수들로 만든 '드림팀'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을 프로선수로 구성하는 것을 비난하는 팬들에게 묻고 싶다. 다른 나라에서 프로 선수들이 나오지 않는다고 우리도 상대팀 수준에 맞춰야하는지.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한국은 와일드카드 선수없이 21세 선수로 구성된 일본과 싸웠다. 그렇다면 일본에 와일드카드 선수가 없으니 우리도 손흥민 황의조 등 와일드카드 선수들을 빼고 경기를 했어야 했나. 야구와 축구 모두 한국은 룰에 충실했고 열심히 뛰어 금메달을 따냈다. 그들의 노력은 비난 받을 이유가 없다.

오지환 논란은 있을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민감한 병역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오지환이 병역을 기피하려 했다면, 그리고 선 감독이 청탁을 받고 오지환을 뽑았다면,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를 해 죄를 밝히면 된다. 이렇게 비난만 할 것이 아니다.

국정감사에서 뭔가 나올까 했다. 그런데 결과는 참담했다. 손혜원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은 증거 하나없이 선 감독을 죄인취급하며 호통만 치다 말았다.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질문을 해놓고 선 감독이 설명을 하려고 하면, 막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실체없는 의혹만으로 죄인 다루 듯 함부로 했다.

선 감독은 국정감사 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오지환을 뽑은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의 질문은 선 감독이 기자회견 때 했던 말을 되풀이하게 했다. 선 감독이 미리 자신의 패를 다 보여줬는데도, 그것을 뒤집을 만한 증거를 가져오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지난해 김선빈과 오지환의 성적을 가지고 나와 누굴 뽑겠냐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까지 했다. 준비가 부족했고 야구에 무지했다.

말도 안되는 질문에 헛웃음을 짓는 선 감독이 불쌍해 보였다. 대한민국 국회의 수준이 어떤 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국민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면 성공했다. 국민들은 야구도 모르면서 호통만 친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의원들을 분명히 기억할테니까.

손 의원은 "선 감독이 이렇게 끝까지 버티고 우기면 (도쿄올림픽이 열리는)2020년까지 야구대표팀 감독을 하기 힘들다"면서 "(문체부)장관이나 차관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 감독을 정치권에서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참으로 오만하고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다. 또 전임감독으로서 우승 스트레스 속에서 사는 선 감독에 대해 "일본 전임감독과 비교하면 너무 편한 근무 조건"이라고 감독직을 폄하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것도 없고, 해결된 것도 없다. 선수들과 스태프가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열심히 노력해 금메달을 땄는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장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손 의원 소속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23일 대한체육회 국정감사 때 KBO 정운찬 총재를 증인으로 부른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또 '야알못'을 인증하며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을까. 지금까지 행태로 보면 또 그렇게 될 것이 뻔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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