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運:청소년운동]"체육시간 너무 적어!"중1들의 체육갈증 날린 스포츠나침반

2018-12-06 10:47:49

송파구 세륜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스포츠나침반-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오금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 11.27/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세륜중학교 체육관의 온도는 초겨울 찬바람을 몰아낼 만큼 뜨거웠다. 미세먼지 농도가 유독 높은 날이지만, 10대 아이들은 달려야 산다. 운동장 대신 체육관에서 농구 수업을 하기로 했다. 중학교 1학년, 운동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서로 다른 반에서 제각각 모여든 남학생 18명이 '청소년 맞춤형 프로그램, 스포츠나침반 SPOPASS' 플래카드 앞에서 의기양양 V포즈를 취해보였다.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기엔 주체할 수 없는 10대의 무한 에너지가 체육관 안에 퍼져나갔다.



▶'스포츠나침반'과 자유학기제

'스포츠 나침반-SPOPASS'는 대한체육회에서 기획, 운영하는 청소년 맞춤형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유학기제'와 연동해 운영하고 있다. 3대3 농구, 에어로빅스포츠,빅발리볼, 추크볼 등 스포츠 프로그램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고, 꿈과 끼를 북돋우고, 스포츠맨십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난해 첫 시행됐다.

2016년 중학교 1-2학년생을 대상으로 전면 도입된 자유학기제는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기다. 중간, 기말고사가 없다. 고교 입시에도 성적이 반영되지 않는 학기다. 아이들은 한학기 동안 동아리, 예술, 체육 활동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찾고, 자기 주도적 학습법을 익히고, 진로를 탐색하고, 미래를 모색한다.

대한체육회 연수 후 서울시체육회에서 파견한 남녀 전문지도자 안동욱 강사(27)와 임혜인 강사(22)가 시끌벅적한 아이들을 능숙하게 이끌었다. 안 강사는 "세륜중 아이들은 활발하다. 10점 만점 기준 즐거움의 텐션이 늘 7점 이상"이라며 웃었다. "같이 놀자는 마음으로, 일단 먼저 해보자고 한다. 말보다 몸으로, 동작으로 가르쳐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교육"이라고 했다. 가볍게 몸을 푼 후 동그랗게 원을 그린 후 패스 훈련을 이어갔다. 두 조로 나뉘어 '2인1조 볼 뺏기''드리블 이어달리기'게임으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곧이어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실전 게임이 시작됐다. 두 팀으로 나뉘는 순간 아이들의 승부욕이 발동했다. 농구 골대가 없어도 얼마든지 게임은 가능하다. 안 강사가 변형된 게임의 법칙을 설명했다. 외곽에서 드리블을 하고 들어와 박스 안의 삼각대를 맞히면 골이다. 공격시 상대팀 수비 외에 같은 팀 선수는 박스안에 들어올 수 없다. 처음엔 갸우뚱하던 아이들도 몇 번만에 감을 잡았다. '최장신' 오원석군이 요리조리 드리블 한 후 상대 수비를 뚫고 삼각대를 맞히더니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 상대팀이 "선생님 찬스"를 외치자 임혜인 강사가 가세했다. 지고 있는 팀에 힘을 실었다. '스포츠 나침반' 안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고 행복했다.

이날은 9월부터 3개월째 매주 화요일마다 2시간씩 이어온 12회차 수업이 끝나는 날이었다. 마지막 수업, 마무리 운동이 끝나자 안 강사가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우리 오늘 마지막 수업인데 '프리허그'하자"고 제안했다. 좀전까지 초코우유를 서로 먹겠다고 싸우고 까불던 '중1' 남자아이들이 일렬로 늘어선 채 정든 선생님의 품에 꼬옥 안겼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10대의 체육 갈증을 날려준 '스포츠나침반'

'스포츠나침반' 프로그램에 대한 현장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김준엽군은 "자유학기제 과목중 '스포츠 나침반'이 제일 인기가 많았어요. 우리반에선 8명이 손을 들었는데 가위바위보를 해서 3명이 당첨됐어요!"라고 증언했다. 이 과목을 선택한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강우현군은 "'스포츠 나침반'이라는 제목이 뭔가 재미있을 것같아서", 오원석군은 "스포츠를 좋아해서", 김진성군은 "이 과목이 제일 인기가 많아서"라고 답했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3시간뿐인 체육시간에 목말라 있었다. "3시간은 부족하냐"는 우문에 18명의 기세등등 '중1'들이 체육관이 떠나갈 듯 "네!"를 외쳤다. 기다렸다는 듯 앞다퉈 불만을 토로했다. "자유학기제가 아니면 이렇게 체육을 많이 할 수 없다. 맨날 지루한 수학만 4시간씩 해야 한다." "자유학기제 덕분에 그나마 우리는 체육을 매주 5~6시간 할 수 있다. 다들 부러워 한다. 우리는 화요일만 기다린다."

12주 행복한 체육시간의 추억을 떠올렸다. 오원석군은 "매주 화요일마다 정말 재미있었다. 배구, 농구 등 다양한 종목을 배웠다. 배구 게임 때는 다같이 정말 많이 웃었다"고 했다. 김준엽군은 "학교 체육시간보다 편하고 자유롭고 재미있었다. 원래 운동을 잘하던 애들도 있지만 패스, 드리블 등 기본기와 기술을 여기 와서 깊이 있게 배웠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스포츠나침반'을 통해 방향을 정한 학생도 있다. 조문호군은 "체육쪽 진로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사이클, 경륜선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12주의 자유학기, 자유로운 중1들에게 '스포츠나침반'은 대만족이었다. "선생님도,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도 또 이 과목을 선택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정확히 꿰뚫은 체육 전공, 20대 스포츠 강사들의 역할이 컸다. 강원대 스포츠과학부 졸업 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안 강사는 기존 수업과 '스포츠나침반'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정규수업은 매교시 배워야할 것이 정해져 있고 다소 딱딱한 형식이라면 '스포츠나침반'은 자유롭고, 더 전문적이다. 체육에 마음이 열린 아이들이 함께 모여 달리고 즐기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농구를 더하고 싶다거나, 기술적으로 더 심도 있게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2주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친해지고, 스포츠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보람 있다"며 웃었다. 서울여대 체육학과 휴학중 아이들을 만난 임 강사 역시 "아이들을 통해 내가 더 많이 배웠다"며 미소지었다. "세륜중의 한 친구는 사회체육과를 가겠다고 한다. 경륜을 하겠다는 친구도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진로 결정에 분명 도움이 된다. 저희가 체육학과 출신이다 보니 직접 조언해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와 연계된 학교체육 프로그램만의 장점도 이야기했다. "현장에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교구가 없어서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필요한 교구를 말씀드리면 언제든 바로 구입해주신다. 학생들에게도, 강사들에게도 감사한 일이다. 체육회가 지원해주셔서 든든하다"며 웃었다. 세륜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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