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닥터]미스 러브레이스 그리고 포르노!

2018-12-11 09:27:36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40대 이후 남성들 중에 '러브레이스'는 몰라도 '목구멍 깊숙이'가 뭔지를 아는 사람들은 꽤 될 것이다. 1972년 2만5000달러의 제작비로 6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목구멍 깊숙이는 미국 최초로 영화관에서 개봉된 포르노다.



대부분의 다른 포르노들이 그렇듯이 줄거리는 단순하다. 평소 성생활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던 한 여성이 우연히 자신의 성감대가 목구멍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쾌감에 탐닉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영화 목구멍 깊숙이와 여주인공 린다 러브레이스에 관한 이야기는 2012년 러브레이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는데, 레미제라블과 맘마미아의 청순스타 아만드 사이프리드가 주연을 맡았다.

남들의 은밀한 모습을 엿보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고, 훔쳐보기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증상이 관음증이다. 상당수 현대예술에는 관음증 개념이 포함돼 있는데 영화가 훔쳐보기 욕망을 충족시키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가 관음주의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여자에 대한 훔쳐보기를 하는 '현기증'(1958)이나,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엿보기를 하는 '싸이코'(1960) 등이 관음증을 주제로 한 영화다.

훔쳐보기의 절정은 타인의 성행위를 몰래 엿보는 것이고 이를 화면에 담은 것이 포르노다. 포르노의 어원은 그리스어 포르노그라포스(pornographos)로, 매춘부(porne)와 묘사(graphos)의 합성어다. 매춘의 기록이란 뜻으로 외설문학을 의미한다.

1857년 영국 의학사전은 'pornography'를 매춘에 대한 사회적 현상으로 수록했고, 5년 뒤 웹스터 사전은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성과 관련된 문화라고 기술했다. 현대 포르노는 문명의 발달, 자본주의에 의한 상업화, 사회적 규범에 대한 저항 등으로 발전해 왔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그린 춘화가 일부 부유층에서만 유행하다가, 1800년대 중반 사진기술이 발명된 이후 음란사진이 등장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포르노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영화의 발전 때문이다.

비디오 플레이어의 보급으로 은밀하게 혼자만 포르노를 즐길 수 있게 됐고, 인터넷의 발전으로 더욱 성장하게 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포르노는 자본주의적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상품이다. 몇몇 국가는 포르노를 합법화해 문화이자 산업의 일종으로 인식하고 무조건 규제하기보다 현실적으로 대처하면서 지원하고 있다.

포르노를 습관적으로 자주 보는 사람들이 하는 걱정이, 포르노를 많이 봐서 성기능이 약해지고 실제 성관계 시 문제가 생기거나 쾌감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뉴욕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포르노가 성기능 장애와 일련의 연관이 있다고 한다. 여성은 포르노를 보더라도 특별히 성기능 장애가 발생하지 않지만, 포르노를 보면서 자위를 자주하는 남성은 성기능 장애의 발생 위험도가 높았다.

포르노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성적인 자극을 주지만, 습관적인 자위로 이어지면 실제 성 행위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릴 수 있다. 즉, 포르노 자체보다는 자위가 문제가 된다. 포르노를 보면서 자위를 많이 하는 남성의 경우 자위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섹스는 불가능한 심리적 발기부전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포르노를 보고 빈번한 자위로 인해 발생하는 성기능 장애나 발기부전에 대한 근거나 기전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외국의 통계에 의하면 남성 한명이 평생 사정하는 횟수는 평균 7000회, 자위에 의해 사정하는 횟수는 2000회 정도라고 한다. 포르노가 아니더라도 남성들의 성생활에서 자위는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포르노의 또 다른 문제는 일반적인 성행위가 아니라 현실에서는 어려운 체위나 기교를 보여줌으로서 섹스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준다는 점이다. 자극적인 포르노 화면으로 인해 현실 섹스에서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포르노의 특성은 간편함이다. 자신이 원할 때 언제라도 어떤 상대방이든 선택을 할 수 있고 중간과정 없이 화면을 통해 자위를 함으로서 바로 성행위의 쾌감을 얻을 수 있다. 손쉽게 성적 충동을 해소하다 보니 성에 대한 신비감이 사라지고 실제 성행위 자체에는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생활화와 더불어 이미 우리들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는 포르노를 이제는 숨기기만 하지 말고 성문화의 하나로, 성의식과 사회적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포르노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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