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에이전트 1명에 놀아나는 안타까운 KBO리그 현실

2018-12-13 10:41:21

2018 프로야구 포지션별 최고의 영예의 선수를 뽑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0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시상식 전 두산 양의지가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12.10/

에이전트에 놀아나는 한국프로야구의 현실.



NC의 파격적 행보, 여운이 가라앉지 않는다. 이번 오프시즌 FA(자유계약선수) 영입에 대해서 '잡는다, 안잡는다' 확실한 의사 표현 없이 애매한 스탠스로 시장을 관망하던 NC가 최대어 포수 양의지를 4년 총액 125억원의 엄청난 조건에 데려왔다. 주전포수 김태군의 군입대 공백을 느끼며 올시즌 최하위로 떨어지고, 내년 시즌부터 신축 구장에서 새출발하는 NC 입장에서 양의지는 떨칠 수 없는 유혹과 같았다.

이번 FA 시장을 통해 10개 구단이 FA 몸값 거품을 빼는 계기로 만들어보자고 한 건 이제 많이 알려진 사실. 구단 적자에 큰 몫을 차지하는 FA 선수들의 계약금, 연봉 등을 줄여 공생의 길을 걸어가보자는 취지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게 최선의 대우를 하되, 지나친 경쟁 속에 선수 몸값이 폭등하는 일은 막아보자고 했다. 그리고 한 번에 너무 큰 액수가 나가는 계약금 비중을 줄이자고도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NC발 핵폭탄으로 이 모든 게 깨져벼렸다. 상한액 80억원은 허공 속의 외침이 됐고, NC가 양의지에게 계약금으로 60억원, 총액 비율 48%의 돈을 안기며 계약금을 30%로 줄여보자는 얘기도 없는 일이 됐다.

사실 그 출발은 SK 와이번스와 이재원의 계약부터 시작됐다. 이재원은 SK와 4년 총액 69억원 대박 계약을 체결했다. 액수도 액수지만, 인센티브 한 푼 포함되지 않은 전액 보장 조건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프리미엄이 있어 좋은 대우를 해줬다고 구단은 밝혔지만, 그 이면에는 NC의 압박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재원과 양의지는 같은 에이전트를 두고 이번 계약을 체결했다. 이 에이전트는 두 장의 좋은 카드를 갖고 두산, SK의 목을 조였다. NC는 이용당하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NC는 이번 FA 시장에서 포수 보강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었다. 이동욱 신임 감독이 김택진 구단주에게 부족한 포지션에 대한 설명을 했는데, 그게 포수라고 밝혔었다. SK에는 이재원이 NC로 갈 수도 있다는 식의 협상을 해 몸값을 끌어올렸다. 걱정이 된 SK가 인센티브 없는 전액 보장의 파격적인 계약을 안겨줬다. 사실 이재원과 에이전트는 NC라는 실체 없는 지원 배경 속에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지난해 4년 80억원 계약)급 대우를 원했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이 에이전트는 이재원이 만든 높은 기준점을 시작으로 두산과 NC의 치킨게임을 만들어버렸다. 이 에이전트는 포수가 필요하다는 NC의 특수 상황을 잘 이용해 야구인들의 숙원 사업이던 FA 거품 빼기 작업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공식 에이전트 제도가 시행된 건 올해부터지만, 사실 지난해에도 FA 시장은 에이전트 놀음이었다. 지난해 한 에이전트가 대어급 선수인 강민호, 손아섭 민병헌(이상 롯데 자이언츠)을 모두 데리고 있으면서 시장을 뒤흔들었다. 당시 강민호 이적 과정에서 삼성과 롯데를 이간질 시켰다는 소문이 돌았고, 강민호 영입 불발에 있어 확보된 자금을 민병헌에게 쏟아붓게 했다. 손아섭 역시 타 팀과의 계약 성사 직전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롯데 잔류를 시켰다는 건 이미 야구계에 널리 퍼진 사실이다.

에이전트는 선수가 최대한 유리한 계약을 하게끔 돕는 역할을 하는 게 자신들의 일이기에, 이번 계약 과정에 있어 에이전트가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라고 외치며 거품 빼기를 꼭 실현시킬 것 같이 행동하던 구단들이, 에이전트 1명에게 놀아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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