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서민동네에 '돈벼락'…가상화폐 사업가가 지폐 뿌려

2018-12-16 16:41:42

SCMP 캡처, 출처: 페이스북

15일 오후 2시 무렵 홍콩의 서민층 동네인 삼서이보 지역의 푹와 거리.



검은 후드티를 입고 어깨에 활을 걸친 한 젊은 남성이 나타났다. 마치 전설 속의 영국 의적 로빈 후드를 흉내 낸 듯한 모습이었다.

이 남성은 "모든 사람이 이 중대한 사건에 주목하길 바란다. 당신들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하늘에서 돈이 떨어질 것이다"고 외치고 나서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더니 갑작스레 인근 빌딩 옥상에서 지폐가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100홍콩달러(약 1만5천원)가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1천 홍콩달러(약 15만원)짜리 지폐도 떨어졌다.

약 3분 동안 이어진 이 '마른하늘의 돈벼락'에 대혼란이 벌어졌다.

수백 명의 사람이 돈을 줍기 위해 여기저기로 뛰어다녔고, 떨어진 돈이 자신의 돈이라며 서로 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점포 지붕 위에 떨어진 돈을 줍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가기도 했다.

이를 목격한 한 시민은 홍콩 명보에 "내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여기저기에서 싸움이 벌어졌고, 10명이 한 장의 지폐를 놓고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대혼란이었다"고 전했다.

인근의 한 상인은 "사람들의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마치 축제와 같았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이 돈을 줍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경찰이 수거한 돈만도 5천 홍콩달러에 달했다.

대혼란을 일으킨 이 남성은 페이스북에 올린 인터뷰에서 "나는 부자에게서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가상화폐 사업을 하는 '코인 그룹'의 소유주 웡칭킷이었다. 그가 돈을 뿌린 목적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사업을 홍보할 목적으로 벌인 이벤트로 여겨진다.

홍콩 당국은 공공장소에서 무질서를 초래한 행위가 최고 12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며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돈을 주운 사람들이 처벌 대상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누군가 잃어버린 돈을 주운 후 이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이번처럼 '기부'한 돈을 주운 경우 처벌 대상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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