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코끼리, 밀렵 피해로 상아 없는 종으로 슬픈 자연도태

2019-01-12 09:42:48

[EPA=연합뉴스]

지난 수십년간 상아 때문에 목숨을 잃은 코끼리들이 상아 없는 종으로 자연 도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 상아를 달고 무리를 지어 초원을 누비는 코끼리를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슬픈 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12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지에 따르면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에서 상아 없이 태어나는 암컷 코끼리가 급증하면서 켄트대학 연구팀이 유전자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과거에는 상아 없는 코끼리가 4% 미만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암컷 코끼리의 3분의 1 가까이가 상아 없이 태어나고 있다.
이는 70년대 말부터 15년에 걸친 내전으로 약 2천500마리에 달했던 코끼리의 90%가 밀렵당한 뒤 나타난 현상이다. 이 코끼리들은 대부분 상아를 팔아 무기구입 자금을 마련하려는 밀렵꾼들에게 당했다.



상아 없는 코끼리만 밀렵에서 살아남아 짝짓기를 할 수 있게 되고 그 새끼들이 유전자를 물려받아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도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켄트대학 생태학 박사과정 연구원 도미니크 곤칼브스는 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고롱고사 국립공원의 상아 없는 코끼리들은 내전 때 밀렵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상아가 없는 유전적 특성이 상당수의 암컷 새끼에게 전달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서 "(상아와 관련된) 특정 유전자가 제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밀렵꾼들이 큰 상아를 가진 코끼리를 표적으로 삼다 보니 새로 태어나는 코끼리는 상아를 갖고 있다고 해도 그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도 코끼리 국립공원에서는 암컷 코끼리의 98%가 상아가 없다.
미국 아이다호 대학의 행동생태학자 라이언 롱 박사는 이와 관련해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회견에서 "아도 국립공원 사례는 주목할만한 것이며, 밀렵에 따른 고도의 압박이 단순히 코끼리 개체를 죽이는 것 이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면서 "코끼리 집단에서 이뤄진 이런 극적 변화의 결과는 이제 겨우 연구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켄트대학 연구팀은 또 고롱고사의 암컷 코끼리들이 "공격적 문화"를 갖게 됐으며 이전에는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차량과 사람에 대한 인내도 낮아진 것을 주목하고 있다.
이는 밀렵 피해를 당하면서 인간들로부터 자기 집단을 보호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상아가 없어진 데 따른 결과일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코끼리는 물을 찾아 땅을 파거나 섬유질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나무껍질을 벗길 때 엄니가 길게 자란 상아를 이용하며, 수컷끼리 암컷을 놓고 다툴 때도 이를 사용한다.
과학자들은 현재 암컷 10마리에게 GPS 수신기를 달아 상아가 없는 것이 새끼 코끼리 양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중이다.
eomn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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