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만5천원하던 '왕의 열매' 아로니아, 1천원대 헐값 전락

2019-02-16 08:25:01

(단양=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충북 단양군 매포읍 영천리 김순영(60) 씨의 아로니아 창고.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재고 물량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모습. 2019.2.16

"고생고생하면서 6년간 힘들게 재배해왔는데 판매할 곳이 없어요. 아로니아가 썩거나 하얀 곰팡이가 피어 지금은 그냥 창고 앞에 내다 버리고 있어요"
충북 단양군 매포읍 영천리 1만6천여㎡의 밭에서 2013년부터 아로니아를 재배한 김순영(60)씨는 창고에 쌓인 과수를 바라보면 긴 한숨만 나온다.



김씨의 창고에는 작년 7∼8월 수확한 아로니아 상자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불과 2∼3년 전에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시장에서 인기가 높았지만, 지금은 재고 물량이 넘쳐난다.

작년 생산한 아로니아 열매 10t 중 8t이 고스란히 창고에서 썩고 있다.
또 다른 창고에는 아로니아 과수를 곱게 갈아 만든 분말과 과즙 수백개가 덩그러니 남아있다.

김씨는 "열매고 분말이고 시장에서 아로니아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답답하기 그지없다"고 토로했다.




더는 저장할 곳이 없어 그냥 땅바닥에 버린 아로니아도 수두룩하다.
6년 전 '왕의 열매'로 불리며 시장에서 1㎏당 3만5천원을 호가하던 아로니아 가격이 최근 몇 년 새 곤두박질치면서 재배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아로니아 공급량이 많이 늘어난 데다 시장에서의 인기가 예전만 못해서다.
지금은 가격이 1㎏당 1천원도 안 된다는 게 농가 주장이다.

고소득 작목으로 주목받던 아로니아가 지금은 오히려 농가에 골칫거리가 된 셈이다.

2013년부터 단양군은 아로니아가 건강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지역 특화작물로 선택, 묘목값과 생산시설 일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렇다 보니 단양 내 아로니아 재배 농가가 큰 폭으로 늘었다.
단양에서 작년 아로니아를 재배한 농가는 390곳(139㏊)이다.
단양군이 처음으로 농가에 아로니아를 소개한 2014년 300곳(90.5㏊)보다 30%나 늘었다.
단양군처럼 아로니아 재배를 장려하는 지자체가 늘면서 전국의 농가 면적은 2014년 548㏊에서 2017년 1천831㏊로 껑충 뛰었다.

자연스레 아로니아 생산량도 2014년 1천198t에서 2017년 8천779t으로 7배 넘게 증가했다.




농가들은 국내 아로니아 재배면적 증가뿐만 아니라 2015년부터 분말 형태의 외국산 물량 공급이 시장가격의 폭락을 부추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문철 전국농민회총연맹 단양농민회 사무국장은 "시기상 외국산 아로니아 분말 물량이 들어온 2015년부터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가격폭락의 주원인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로니아 재배 농민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한국아로니아협회에 따르면 아로니아 분말 수입량은 2014년 2t에서 520t으로 260배로 늘었다.

이 때문에 한국아로니아협회는 지난달 24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유통 구조 개선을 정책과제로 채택해 아로니아 산업을 살려내라"고 요구한 바 있다.

vodcast@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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