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비즈]'벤처 신화' 셀트리온 서정진, 엔터사업에선 흑역사 쓰나? 통 큰 배팅만 믿다가는…

2019-02-20 08:19:04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허상욱 기자

'흙수저 신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62)은 인생역전의 대명사다.



2남2녀 가운데 장남인 서 회장은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가정형편이 여의치 못했고, 학비를 벌기 위해 연탄 배달과 장사를 했다. 1983년 삼성전기에 입사한 뒤 1991년 34세의 나이에 대우그룹 임원으로 전격 스카우트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한때 실직자 신세가 됐던 서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2002년 바이오업체인 셀트리온을 설립, 시가 총액 27조원 회사로 키워냈다.

오는 2020년 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셀트리온그룹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혀 화제가 됐던 서 회장이 요즘 엔터비즈니스계에서 파워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더불어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또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몇백억을 과감히 쏟아붓는 투자 규모도 규모지만, 충무로 관행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투자 배급에 나섰기 때문이다.

통상 100억원대가 투입되는 대작 영화는 여러 투자사가 참여하는데, 오는 27일 개봉되는 '자전차왕 엄복동'은 셀트리온홀딩스(지주사)와 셀트리온스킨큐어(화장품 계열사)가 제작비 120억원 전액을 투자했다. 여기에 배급까지도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과거 무한기술투자에 참여, 영화 투자에 본격 눈을 떴던 서정진 회장이 본격적으로 영화산업 전면에 나서면서, '배팅의 귀재'다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박재삼 대표·이범수 등과 학연·지연으로 시작된 인연, 그러나 최종결정권은…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는 서정진 회장이 최대 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드림E&M은 지난 2012년 설립된 후 드라마 제작을 주로 해왔으며, 2017년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변경하고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공식 출범했다.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의 라인업은 서 회장의 과감한 투자 의지가 반영된 듯, 화려하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제작비만 120억원에 달하며, 그 다음 라인업은 더 '억 소리'가 난다.

이승기, 수지를 내세운 드라마 '배가본드'는 제작비가 무려 250억원에 달한다. 포르투갈, 모로코 등 해외 로케이션을 거쳐 5월 방송을 준비 중이다. 하반기 JTBC 방송 예정인 양세종 주연의 드라마 '나의 나라'도 제작비 200억원에 달하는 대하사극으로 알려져 있다.

통 큰 배팅으로 업계 판도를 뒤흔들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의 행보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특히 누가 '곳간 열쇠'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을 맡고 있는 박재삼 대표는 서정진 회장과 인천 제물포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박 대표는 드림E&M 시절부터 수장을 맡아 KBS '왕가네 식구들', tvN '내일 그대와' 등을 제작했으며, 서 회장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만큼 의중을 정확히 읽어내는 '복심'으로 통한다.

매니지먼트 부문의 운영을 맡고 있는 배우 이범수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같은 충북 청주 출신이다. 10여년 전 봉사활동을 하던 중 만나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충북 청주에서 열린 셀트리온제약 오창공장 준공식 때 이범수가 사회를 맡았고, 부인인 이윤진 씨도 영어 사회를 볼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제작자인 정태원 대표와 서 회장의 만남을 주선한 것도 이범수다. 이 자리가 인연으로 이어지면서, 서 회장은 2016년 '인천상륙작전'에 약 30억원을 투자했다. 제물포고 동문인 유정복 전 인천시장과 인천 소재 영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었으나, 서 회장의 관심과 의지가 투자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 실제 서 회장은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가 출범하기 전부터도 엔터테인먼트·콘텐츠 부문 사업 역량을 계속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양하게 피력한 바 있다.

핵심을 읽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서 회장은 현장에서 답을 찾는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그룹 회장이 되고 나서 뒤늦게 골프를 배웠고, 가장 즐거운 취미생활로 해외출장을 꼽을 정도로 워커홀릭이다. '에너지가 보통이 아니어서 아랫사람들이 오히려 따라가기 힘들 정도'라는 평. 1m80이 넘는 장신의 서 회장은 외모로만 보면 굵지한 사안만 챙기는 대범한 스타일로 보이지만, 매 사안 최종결정까지 장고를 거듭하며 특히 디테일에 강한 섬세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서 회장은 엔터테인먼트 관련 제반 업무도 실무까지 일일이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산업 진출을 결정한 뒤 수백권의 의학서적을 읽은 일화로 유명한 서 회장은 비전공일 수 있는 영화, 드라마 제작 투자에 있어서도 주저없이 큰 그림을 그려나가면서 제반 사안에서 결정권을 휘두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CJ ENM의 아성에 도전 or 수업료 회수도 못하는 굴욕사?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의 올해 라인업과 관련, 한 엔터테인먼트계 관계자는 "빅스타-초대형 작품으로 단기간에 승부를 걸려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라고 지적했다. 개런티가 만만치 않은 톱스타를 과감히 불러내면서 물량공세에서도 망설임이 없는 투자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의 '자전차왕 엄복동' 전액 투자·배급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나 화장품(셀트리온 스킨큐어) 사업이 영화와 크게 관련이 있지 않을 뿐더러, 메인 투자자로 나선다고 해도 대부분 펀드를 별도 조성하는 등 리스크를 낮출 방안을 마련해놓기 때문이다.

'자전차왕 엄복동'의 흥행 여부를 놓고도 충무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촬영 과정이 순탄치 못했으며, 크랭크인 부터 개봉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았던 김유성 감독이 중도 하차했다가 복귀했고, 2017년 8월 크랭크업(촬영 종료) 이후 1년 반 만에 개봉하는 것. 또 주연을 맡은 정지훈이 그간 영화에선 저조한 흥행 성적을 기록해 온 것도 '자전차왕 엄복동'이 극복해야 할 지점이다.

여기에 개봉 시기도 좋지 않다. 2월 말부터 3월은 티켓 판매가 저조한 대표적인 비수기인데다, 설상가상 개봉 바로 일주일 뒤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캡틴 마블'이 개봉된다.

19일 시사회 반응도 흥행에 대한 기대치를 확 끌어올리지는 못하는 분위기. 촘촘한 캐릭터 구축이나 개연성, CG와 경기 박진감을 살려낼 편집 등에서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순박한 청년 엄복동이 영웅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엔 2%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같은 내외적 상황으로 인해, 업계에선 "'자전차왕 엄복동'의 경우도 투자자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다면 개봉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그간 '배팅의 귀재'로 명성을 날려온 서 회장은 제대로 굴욕사를 쓰게 된다. 또 관련 투자 계획 등 미디어 콘텐츠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정반대의 상황도 가능하다. '자전차왕 엄복동'이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에 성공할 경우, 그 의미가 배가된다.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는 기존 CJ ENM 등 메이저 회사의 아성에 도전할 신흥강자로 급부상할 것이며, 모기업의 엄청난 투자력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이후 각종 시나리오 등 인재가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에 몰리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후속주자로 대기중인 '배가본드'까지 터진다면, 서 회장은 단숨에 메리크리스마스 등 요즘 떠오르는 신흥배급사들 중 가장 먼저 앞으로 치고 나가는데 성공하면서 엔터산업계 큰 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과연 벤처 신화의 주인공으로 업계를 쥐락펴락했던 서정진 회장이 엔터산업계에서도 자신의 계획대로 성공 신화를 쓰게 될까. 아니면 수업료도 건지지 못하고 주저앉게 될지 그 첫 번째 성적표로서 '자전차왕 엄복동'의 흥행 결과에 업계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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