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여제여, 안녕히!' 이상화,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

2019-05-16 17:14:02

'빙속여제' 이상화가 은퇴한다. 16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 루비홀에서 진행된 이상화의 은퇴식 기자간담회에서 이상화가 눈물을 닦아내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전국민적 스타로 떠오른 이상화는 2014 소치 올림픽에서 500m 2연패를 달성했고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여러 부상을 이겨내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라이벌 고다이라(일본)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다음 올림픽 참가에도 의지를 보였던 이상화지만, 은퇴 시기를 고민하다 결국 최종 은퇴 결정을 내렸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5.16/

"이제는 누구와도 경쟁하고 싶지 않습니다."



'빙속 여제'에서 '자연인'이 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긴 시간을 거친 고민과 갈등,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부터 치면 벌써 1년도 훌쩍 넘었다. 그 시간 이상화(30)는 번민하고 또 번민했다. '여제'의 명예를 이어가기 위해 고통의 시간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최정상의 자리에서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을 것인가.

고민에 대한 답을 찾기 쉽지 않았다. 이상화는 선수 생활을 시작한 뒤 단 한번도 먼저 '포기'를 선언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안 되는 걸 되게끔 만든다'는 신조로 17년간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최고의 선수로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몸 상태와 기량을 판단할 수 있는 인물이다.

결국 답이 나왔다. '더 이상 예전의 최고가 될 수 없다. 물러나자'. '빙속 여제'의 은퇴는 이렇게 이뤄졌다. 갈등을 거듭한 끝에 최선의 결론을 내렸지만, 마음에는 회한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 강하던 이상화가 몇 번이나 울음을 참지 못해 은퇴 소감 발표를 중단했던 진짜 속사정이다.

이상화는 1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공식 은퇴식을 열고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소감 발표에 앞서 은퇴식장에는 그간 이상화가 국제무대에서 만들어낸 영광의 순간들이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흘렀다. 이후 이상화가 무대 앞으로 등장해 인사했고, 곧바로 빙상연맹에서 공로패를 전달했다.

차분히 단상에 앉은 이상화는 간단한 인사로 은퇴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하지만 감정이 북받친 듯 여러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이상화는 "스케이트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라는 첫 마디 이후에 곧바로 감정의 동요를 보였다. 이어 몇 차례 울먹이던 이상화는 미리 준비해 온 은퇴 소감문을 읽었다.

이상화는 "15세 때 처음 국가대표가 되던 날이 생생히 기억난다. 2006 토리노 올림픽대회 때는 팀의 막내로 참가해 정신이 없었다. 그저 넘어지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선수 생활을 한 지 17년이 지났다. 이제는 선수로나 여자로서 꽤 많은 나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17년 전에 어린 나이였지만, 이뤄야 할 나만의 목표가 세 가지 있었다. 세계 선수권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세계신기록을 꼭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할 수 있다.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달려왔다. 분에 넘치는 국민 여러분의 응원과 성원 덕분에 17년 전에 세운 목표를 다행히 다 이룰 수 있었다"며 차분히 지난 선수 생활을 돌아봤다.

이어 은퇴의 직접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상화는 "개인 목표를 이룬 뒤에도 국민 여러분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생각으로 다음 도전에 임해왔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다르게 무릎이 문제였다. 마음과는 다르게 몸이 따라주지 않았고, 이런 상태로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을 통해 해결하려 했지만, 수술 후에는 선수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재활과 약물 치료로 이어왔는데(울음), 결국 내 몸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최상의 몸을 유지하지 못한 내 자신에게 많이 실망했고, 그래서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상화는 이 대목에서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 부상으로 인해 은퇴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했다.

마지막으로 이상화는 "국민 여러분께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으로 기억해주는 위치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었다.(울음) 항상 빙상여제라 불러주시던 최고의 모습만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비록 스케이트 선수로서의 생활은 오늘로 마감되지만, 큰 사랑에 보답할 수 있게 개인적으로도 노력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해서 행복했다. 그 사랑과 응원을 평생 잊지 않고 살겠다. 그 동안 감사했다"며 준비해 온 은퇴 소감을 마쳤다.

소공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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