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서 화마 휩쓸린 우즈베크 유학생들…학내 애도·지원 답지

2019-05-19 08:15:56

[촬영 김주환

서울의 한 대학 외국인 유학생 2명이 자취방 화재로 1명은 목숨을 잃고 나머지 1명은 크게 다친 소식이 알려지자 이들이 다니는 대학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한국외대에 따르면 지난 9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목숨을 잃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학생 A(23)씨의 분향소가 캠퍼스 내에 설치됐다.

불이 난 당일 A씨는 같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친구 B(22)씨의 집을 방문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주방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킥보드 배터리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발생했다.

삽시간에 번진 불로 A씨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집 밖으로 대피한 B씨도 전신에 화상을 입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외대 학생회관 한편 분향소에 놓인 A씨의 영정 사진 옆에는 흰 국화와 함께 평소 그가 좋아했던 젤리 봉지와 콜라 캔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게시판에는 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얼굴도 알지 못하는 그대이지만 먹먹하고 안타깝다. 슬프다', '다음 생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Rest in peace(레스트 인 피스, 고이 잠드소서)' 등 우리말과 영어로 남긴 추모 메시지가 빼곡히 붙었다.




A씨의 분향소와 함께 사고로 다친 그의 친구 B씨를 위한 치료비 모금함도 놓였다.

이 대학 외국인학생회는 학교 측 도움을 받아 지난 13일부터 학생회관 등 캠퍼스 내 8곳에 모금함을 설치하고 학생들의 성금을 받고 있다. 계좌 모금도 함께 시작했다. 총학생회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비록 교내에서 발생한 사고는 아니지만 두 학생 모두 우리 대학 구성원이고, 졸업을 1년가량 남긴 상태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만큼 어떻게든 도와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모금 시작 배경을 설명했다.

며칠 전 용돈 일부를 털어 모금함에 넣었다는 학생 구혜인(19) 씨는 "혼자 먼 타국에서 왔다가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니 마음이 아팠다"면서 "같은 학교 사람이라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며 B씨의 쾌유를 빌었다.

분향소를 지키던 한 중국인 학생은 "숨진 A씨와 평소 유학생 축구팀에서 같이 축구를 하며 친하게 지냈다"며 "그래서인지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슬펐고, 지금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외대 학생과 교직원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데 대해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고 서툰 한국어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외대 관계자는 "처음에는 참여율이 저조할까 걱정했는데, 모금 시작 일주일 만에 4천만원가량이 모였다"며 "B씨 가족 측에 성금을 전달한 뒤에도 대학 차원에서 도와줄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ujuk@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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