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평화관광지, DMZ 평화의 길 '철원구간' 열렸다

2019-05-23 14:40:03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에서 만난 역곡천. 남북을 넘나들며 흐르다가 임진강과 합류하는 물줄기다. <철원=사진공동취재단>

분단 이후 70여 년 동안 미답지로 남겨진 비무장지대(DMZ)가 '평화의 길'이라는 이름의 답사코스로 속속 열리고 있다. 지난달 개방한 강원도 고성 구간에 이어 22일에는 철원 구간이 공개됐다. 6월 1일 정식개방을 앞두고 먼저 문체부 출입기자단 현장답사가 이뤄졌다.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시작해 화살머리고지 초소까지 이어지는 철원구간은 철책선을 따라 걷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 등 총 15km, 3시간 코스로 짜여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대자연 속 전쟁의 상흔 또한 고스란히 남아 있는 평화의 길에서는 한국전쟁의 전투현장 백마고지며, 남북을 넘나들며 흐르다 임진강과 합류하는 역곡천, 그리고 두루미와 고라니, 멧돼지가 뛰어노는 평화로운 초지 등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분단 이후 최초로 'DMZ 평화의 길' 철원구간이 개방됐다. 6월 1일 정식개방을 앞두고 문체부 출입기자단 현장답사가 22일 먼저 이뤄졌다. 답사는 백마고지 전적비부터 GP가는 통문을 통과해 화살머리고지 GP까지 망라하는 DMZ 평화의 길 전 구간에서 실시됐다.

답사에 앞서 안내와 통제를 맡은 민군작전장교(이재욱 소령)의 상세한 브리핑을 듣게 된다.

철원 평화의 길은 현재 민간에 공개된 백마고지전적비에서부터 A통문까지 약 1.3km는 차량으로, A통문부터 B통문까지 3.5km를 도보로 이동하게 되며, 거기에서 공작새능선 조망대까지는 도보, 이후 화살머리고지까지 나머지 길은 차량으로 이동하게 된다.

평화의 길 철원 구간은 2곳으로 구성 되어 있다. 오는 6월 1일 15km 길이의 1단계 코스가 개방되고, MDL(군사 분계선) 조망대까지 이어지는 17km 길이의 2단계 길 오픈은 아직 미정이다.

철원구간은 남방통제선 부근을 걷는 길이지만 별도의 안정장비는 지급되지 않는다.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안보견학장으로 승인을 받은 지역이기에 방탄조끼나 철모 등 장비를 입지 않아도 된다는 게 군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북한이 지척으로, 탐방은 철저한 안전대책을 갖춘 상태에서 이뤄진다. 1회 탐방시 20여 명의 관광객이 탄 16인승, 12인승 차량 앞에는 항상 군 차량이 앞장선다. 탐방객들이 도보로 이동하는 구간에도 이 차량들이 동행하게 되는데, 혹여 보행이 불편한 탐방객들은 차에 올라 탐방을 이어가게 된다. 또한 철원소방서와의 협력을 통해 응급 상황에도 대비하는 한편, 철원경찰서(동송지구대)의 협조로 현장요원의 통제에 불응하는 탐방객은 즉시 철수조치를 취하게 된다.탐방객 20인 팀은 해설사 1명과 철원군청 소속의 셰르파 두 명과 동행한다. 셰르파들은 등산 관리자 교육과 트레킹 관리자 교육, 응급조치 등을 수료 받았으며, 추가로 월 1회에 응급조치 관련 훈련을 받게 된다.

남방한계선을 넘어 북한 목전까지 가게 되는 화살머리고지 부근에서는 더욱 철저한 안전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곳부터는 무장병력이 다수 동행하며, 탐방객들의 신분조회와 함께 휴대폰 또한 수거하게 된다. 또 차량에는 철모와 방탄조끼가 구비되어 유사시에 방문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에서 특이동향이 있을 시 바로 탐방을 중지하고 탐방객들을 철수시킬 것"이라며 이를 감지하기 위한 감지장비들이 작동 중이라고 밝혔다.

탐방로 입구 쪽으로 이동을 시작하면 백마고지전적비가 눈앞에 들어온다. 이 비에는 백마고지 전투 당시 목숨을 잃은 844명의 전사자들을 기리는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또한 총 사상자의 수인 3423명분의 평석이 깔려있다. 탐방객들은 이곳에서 전사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게 된다.

이후 백마고지 전투 당시 9사단 사단장으로 중공군에 맞서 국군의 승리를 이끌어낸 김종오 장군 기념관에도 들른다. 이곳에서 맨몸으로 수류탄을 들고 적들에게 돌진해 장렬히 산화했다는 강승우 소위, 오규봉 하사, 안영권 하사의 전투 활약상을 통해 당시 치열했던 전투상황을 짐작할 수가 있다.

본격 탐방에 나서기 전 백마고지 조망대에 오른다. 이곳은 백마고지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정면에는 역곡천이 북쪽으로부터 굽이쳐 흐른다. 강원도 평강군에서부터 북측과 남측 철원군으로 들어온 뒤 다시 북한으로 넘어가 임진강에 합류하는 물길이다. 역곡천이라는 이름도 남에서 북으로 역류해서 흐르는 물줄기를 묘사해 이름을 붙인 것이다.

반세기 넘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은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다. 150마일에 걸쳐서 펼쳐진 벌집 모양의 광망 장비는 누군가 압력을 가하거나 절단을 시도하면 내부에 흐르는 빛 입자 세기 변화를 통해 바로 감지가 가능한 첨단 장비이다. 이 같은 기술 덕분에 경비에 필요한 병력 숫자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조망대로부터는 3.5km 가량 도보 탐방로가 이어진다. 탐방로를 걷는 방문객들은 철책 너머 오른쪽에서 쫓아오는 역곡천과 함께 나란히 걷게 된다.

탐방로에는 그늘이 아쉽다. 숲이 우거지게 되면 수상한 동향을 육안이나 열감지로 파악하기가 어려워 남방한계선 부근에 벌목을 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DMZ는 자연환경의 보고이기도 하다. 동행 자연해설사에 따르면 천연기념물의 80%가량이 DMZ에 서식하고 있는데, 운이 좋으면 고라니, 멧돼지 등이 새끼를 이끌고 다니는 것도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철원지역은 두루미의 월동지로, 생태학 연구의 보고이기도 하다.

공작새능선 조망대에 도착하면 아래쪽에서 군인들이 작업 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 온다. 정면을 바라보면 백마고지의 측면과 공작새능선이 펼쳐진다. 백마고지란 명칭은 고지가 흡사 말이 누운 모양이어서 얻게 된 이름이다. 또한 공작새 능선 역시 그 모양이 공작새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이곳 통문까지가 도보로 걸을 수 있는 마지막 구역이다.차량에 올라 화살머리고지로 향하는 마지막 통문으로 향한다. 거대한 철문과 중무장 병력이 지키고 있다. 신원확인과 휴대폰 수거 이후 남방한계선을 넘어 화살머리고지 GP로 향한다.

화살머리고지는 삼각형으로 이뤄진 해발 281m 높이로, 이곳에서는 내부를 제외한 외부 촬영이 엄격히 통제된다. 아래쪽 벙커지역에는 GP를 지키는 군인들의 사진과 이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남북간의 군사합의에 이어 작년과 올해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유해발굴과 지뢰제거 작전 도중 발견된 유물들이다. 대여섯 개의 구멍이 난 철모, 장전된 M1총, 여러 개의 피탄 자국이 있는 수통 등 녹이 슨 유물들이 당시 치열했던 전투상황을 말해준다. 위층에서는 1.9~2.4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북한군 GP, 철원평야와 백마고지까지 바라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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