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강 문란하게 했다며 버림받았습니다" 성소수자 군인 증언

2019-06-24 14:27:25

기자회견에 마련된 피해자 증언석

"저는 억울합니다. 살려주세요. 군 기강을 문란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조직(군)으로부터 버림받았습니다."
현역군인 A씨는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이하 센터)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개최한 '성소수자 군인 색출사건, 이제 끝냅시다'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인권센터에 따르면 A씨는 군형법을 위반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 상고심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이날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에 참석해 가림막 뒤에서 증언했다.

A씨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린 저의 군 생활은 어떻게 회복이 될 것인가"라며 "군형법 92조는 누굴 위한 법인가. 무너지지 않은 기강이 무너질까 봐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 때문에 피해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형법 92조6항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A씨는 "이성애자 군인의 사랑과 건강이 전투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소수자의 올바른 사랑과 건강도 전투력에 도움이 된다"면서 "우리가 생활관에서 성범죄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성애와 동성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본권을 제한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대 내에서 수많은 군인의 추행이 이뤄지고 있지만 처벌된 사례가 없다"면서 "우리는 왜 처벌받아야 하는가. 92조6항이 폐지되지 않는 한 국내 인권의 현주소는 '시궁창'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인사상) 어떤 불이익을 받았는지 말하면 (신원이) 쉽게 드러날 수 있다"면서 "저와 같은 피해자들은 보직 차별, 진급누락, 장기 복무 탈락, 조기 전역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2017년 시작된 '육군 성소수자 군인 색출사건'은 색출 당한 23명이 한명도 빠짐없이 합의 하에 사적인 공간에서 성관계를 가졌지만, 상대가 동성이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았던 사건"이라며 "이 중 4명은 군사재판 1, 2심 모두 유죄를 받고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피해자 중 11명이 동성 군인 간 성행위 처벌의 근거가 되는 군형법 92조의 6에 대한 헌법 소원을 냈지만, 헌재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었던 곳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피해자들과 함께 대법원에 계류 중인 4개의 사건에 대해 무죄 선고를 촉구하는 '10만인 탄원운동'을 시작한다"며 "군형법 92조 6항을 적용해 합의에 의한 동성 군인 간의 성관계를 처벌하는 일에 반대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pc@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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