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굣길 버려진 리얼돌' 사진 논란

2019-08-24 09:02:34

[트위터 캡처]

여성의 모습을 한 리얼돌이 학생들이 오가는 길에 버려진 사진이 SNS상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8일 트위터 이용자 'BLUDAY_****'는 "길을 걷다가 버려진 리얼돌을 발견해 매우 놀랐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비키니 수영복 혹은 속옷 차림의 리얼돌이 생활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광경을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사람과 닮은 리얼돌이 길가에 버려진 모습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트위터 이용자 '__Jamongt****'는 "보기 안 좋은 물건인데 왜 쓰레기봉투에 담지도 않았느냐"고 말했고, 다른 이용자 'sorasos****'는 "청소년이나 아동이 보면 어쩌나"라고 우려했다. 'YuuZa****'라는 이용자는 영어로 쓴 트윗에서 "진짜 사람인가 혹은 인형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논란이 된 사진 속 리얼돌은 부산시 사하구 하단중학교에 다니는 중학생 두 명이 하단동의 한 공동주택 앞에서 발견했다. 리얼돌이 버려진 곳은 하단중과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등하굣길이다.
트위터에 사진을 올린 김채연(16)양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친구와 멀리서 (버려진) 리얼돌을 봤을 땐 시체인가 싶어서 매우 놀랐다"며 " 학생뿐 아니라 어린아이들도 지나다니는 길인데, 성인용품을 가리지 않고 버릴 생각을 한 게 놀랍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진을 찍은 뒤 리얼돌은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사하구청 관계자는 "논란이 된 사진 속 리얼돌은 사하구에서 관리하는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반이 수거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주인이 회수하거나 다른 주민이 가져갔으리라고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얼돌은 실제 사람과 비슷한 크기로 제작되는 대형 물건이라 폐기가 쉽지 않은 편. 리얼돌을 판매하는 A 업체 관계자는 "리얼돌이 워낙 크다 보니 구매자들이 폐기 시 불편을 토로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각조각 절단된 리얼돌이 욕조에 담긴 사진과 함께 "리얼돌 처분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칼로 잘라서 비닐봉지에 넣어 버렸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리얼돌 폐기 문제에 대한 국내외 업체의 대응은 다르다.

외국의 리얼돌 판매 업체는 폐기 방법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지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에는 중고 리얼돌을 회수하는 전문 서비스 업체도 있다.
반면 국내 A 업체는 "리얼돌 판매 시 폐기 방법에 관해 특별히 안내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이 업체 관계자에게 폐기 방법을 묻자 "리얼돌의 살 부분인 실리콘은 도려내 일반 쓰레기로 버리고, 안에 있는 철제 프레임은 고철로 분류해 버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길거리에 리얼돌을 버리면 이를 본 행인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곧 폐기 서비스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기와 생김새가 사람과 비슷한 리얼돌은 자위기구를 폐기할 때와 달리 한 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서울시립대 철학과 이중원 교수는 "일본에서는 강아지 로봇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해 장례를 치르거나 신사에 모시는 일도 있었다"며 "(리얼돌이) 이성적으로는 사물일 뿐이지만 감정적으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여겨지면서 생명의 존엄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동과 청소년을 고려한 폐기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교수는 "리얼돌이 길거리에 방치된다면 미성년자를 비롯한 불특정 다수에게 여성 신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또 리얼돌이 훼손 혹은 유기된 모습은 여성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내 리얼돌 판매 업체는 판매뿐만 아니라 회수, 폐기 절차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일부 수입허가가 내려진 상황에서) 폐기에 관한 매뉴얼 역시 사회적으로 논의돼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리얼돌을 분리 배출하는 방법에 대한 자체적인 조항을 따로 만들지는 않을 방침"이라며 "쓰레기 처리 매뉴얼은 지자체마다 다르므로 리얼돌도 지자체가 각각의 조례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jootreasure@yna.co.kr, send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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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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