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사태' 벤투호, 레바논전도 관중없이 치를 듯

2019-11-14 15:58:18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벤투호가 2경기 연속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4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레바논과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4차전을 앞두고 있다. 이 경기는 레바논에서 촉발된 반정부 시위의 여파로 무관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관중 경기가 확정될 경우 벤투호는 지난달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3차전(0대0 무)에서 관중 없이 경기를 한데 이어 레바논전까지 두 경기 연속으로 무관중 경기를 하게 된다. 한국축구 사상 처음 있는 일이자, 전세계로 범위를 넓혀봐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현재 레바논은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다. 레바논에서는 지난달 17일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의 세금 계획을 반발해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정치 기득권에 대한 반발로 이어지며 시위 규모는 갈수록 커졌다. 레바논의 은행과 학교들이 문을 닫고 주요 기관 주변에 시위대가 몰리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는 지난달 29일 시위에 대한 책임으로 사퇴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벤투호는 이를 감안해 경기 하루 전 베이루트에 입성했다. 공식 기자회견에만 나섰을 뿐, 경기 전 공식 훈련까지 건너 뛰었다. 리비우 치오보타리우 레바논 감독도 "지금처럼 어수선한 상황에서 훈련을 하기 쉽지 않다. 같은 상황이라면 우리도 훈련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특히 경기를 앞둔 12일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텔레비전 연설에서 시위대의 해산을 명령하는 메시지를 남기며 시위는 더욱 격화됐다. 대표팀 입성 후 군대의 총격으로 첫 사망자가 발생하며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시위대는 총을 든 채 타이어에 불을 지르며 각 도로를 점거했다.

사실 KFA는 이같은 안전상의 문제를 우려, 11월 초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제3국 개최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를 못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레바논축구협회 역시 안전 보장을 자신했다. KFA는 찝찝하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KFA 관계자는 "이미 회신이 오고난 이후 상황이 더욱 위험해진 것이라 난감하다"고 했다. 당장 제3국 개최가 어려운만큼 AFC와 레바논축구협회, 그리고 KFA는 회의 끝에, 결국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대규모의 관중이 모일 경우 벌어질 수 있는 혹시 모를 돌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안전을 자신할 수 없는 레바논축구협회가 먼저 AFC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투호는 평생 한번 경험할까 말까 한 A매치 무관중 경기를, 그것도 한달만에 두번이나 치르게 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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