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후 포만감은 위가 아닌 장이 느낀다"

2019-11-16 14:39:31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보통 위(胃)에 음식물이 가득 차야 배가 부르다고 느껴 더 먹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포만감을 느끼는 건 위가 아닌 장(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밀려든 음식물로 장이 늘어나면 장의 신경세포(뉴런)가 식욕 억제 신호를 뇌에 보낸다는 것이다.



원래 인체는 체중이 크게 변하지 않게 유지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매일 먹는 음식물과 소비하는 에너지 사이의 균형을 맞춰 가는 것이다.

장(腸) 내벽에 널리 분포하는 '신경 말단 망(web of nerve endings)'이 먹는 양을 조절한다고 여겨졌다. 위와 장의 내용물을 모니터해, 식욕을 자극하거나 억제하라는 신호를 뇌에 보낸다고 알려졌다.

학계의 다수설은, 장의 호르몬 변화에 민감한 신경 말단이 이 피드백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의 신경 말단이 식욕 전환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지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의대의 자카리 나이트 생리학과 부교수팀은, 위와 장에 분포하는 미주 신경세포의 분자적, 해부학적 특성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신경 지도'를 완성해 저널 '셀(Cell)'에 공개했다.

이 대학이 15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미로처럼 얽힌 장과 뇌 사이의 신호 전달 경로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우선 주목된다. 위와 장에서 음식물과 호르몬 등에 관한 정보를 모으는 뉴런은 매우 많고 유형도 다양하다. 게다가 뇌로 가는 피드백 신호는 미주신경(迷走神經·vagus nerve)이라는 굵은 신경 다발을 거쳐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 미주 신경의 활동을 조작하면 식욕을 조절할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어느 신경 말단을 건드려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UCSF 연구팀은 생쥐 모델을 대상으로 미주신경을 선별적으로 자극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신경을 자극하는 덴 첨단 광유전학(optogenetics) 기술을 이용했다.

그 결과, 장의 늘어지는 정도(intestinal stretch)를 느끼는 미주 신경세포가 공복인 생쥐의 식욕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 말단의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장의 신경세포는 점막 말단(mucosal endings), IGLE(신경절 내 층상 말단), IMAs(근육 내 말단)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그런데 위의 늘어진 정도를 느끼는 IGLE와 장의 호르몬 변화를 감지하는 '점막 말단'은 식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놀랍게도 공복인 생쥐까지 식욕을 억제하는 건 장의 IGLE 수용체였다. 당초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위의 IGLE 수용체보다 장의 IGLE 수용체를 억제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다.

이런 실험 결과는, 위 스트레치 수용체(stomach stretch receptors)가 먹은 음식의 양을, 장 호르몬 수용체(intestinal hormone receptors)가 음식물의 에너지 성분을 각각 감지한다는 의학계의 오랜 통설에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배리애트릭 수술(위나 소장의 크기를 줄이는 비만 대사 수술)이 식욕 억제와 체중 감량에 장기적인 효과를 내는 이유도 이 결과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단지 위에서 장까지 음식물이 빨리 통과해서 그런 게 아니라, 빠르게 밀려드는 음식물로 장이 늘어나 미주 신경세포를 자극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나이트 교수는 "배리애트릭 수술의 체중 감량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게 대사 질환 연구의 가장 큰 숙제였다"라면서 "아직 가설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cheo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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