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2천153명이 46억명보다 더 부유…커지는 부의 불평등"

2020-01-20 09:03:32

[옥스팜 제공]

전 세계 억만장자 2천100여명이 세계 인구의 60%에 해당하는 46억명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 세계 빈곤층 여성이 매일 125억시간 무급 돌봄노동을 하고 있으며 이런 노동의 가치는 10조8천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테크산업 규모의 3배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0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이 포함된 '돌봄노동에 관심을 가질 시간 : 무급 저임금 가사노동과 세계적 불평등 위기' 보고서를 발표했다.

옥스팜은 매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맞춰 부의 불평등 보고서를 공개한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21∼24일 개최된다.


◇ 이집트 때부터 매일 1만달러 저축해도 가장 부유한 5명 평균 자산 못 모아

보고서는 전 세계 인구의 약 60%인 46억명이 소유한 부(8조2천억달러)가 2천153명의 억만장자(자산 10억달러 이상)의 전체 재산(8조7천억달러)보다 적다고 밝혔다.

옥스팜은 크레디트스위스의 '2019년 세계 부 보고서'(2019년 10월 발간)와 포브스의 '2019년 억만장자 순위'(2019년 3월 발간), 국제노동기구(ILO)의 '미래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돌봄 노동 및 돌봄직업'(2018년 6월 발간) 등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부의 양극화 현상을 드러내듯 전 세계 상위 1%는 69억명이 보유한 재산보다 2배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억만장자는 2008년 1천125명에서 2019년 2천153명으로 10년여만에 47% 증가했다.

억만장자 중 3분의 1은 유산 상속으로 현재의 부를 갖게 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10년간 억만장자들이 가진 재산의 연평균 수익률은 7.4%에 달했다.
옥스팜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많은 기부를 했지만, 아직 1천억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으며 이는 그가 회사 대표이사직을 사임했을 당시보다 두 배 큰 규모라고 밝혔다. 부자들의 자산 수익률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건축한 이후 매일 1만달러를 저축해도 현재 가장 부유한 5명의 억만장자가 가진 평균자산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부자들의 높은 수익률 원인 중 하나는 정부의 과세 실패라고 옥스팜은 지적했다.

전 세계 세금 중 4%만이 부에 대한 과세에서 나오고 전 세계 '슈퍼 리치'는 최대 30%에 달하는 조세 채무를 회피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극도로 낮은 법인세는 슈퍼리치들이 자신들이 대주주인 기업에서 이윤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준다.
2011∼2017년 주요 7개국(G7)의 평균임금은 3% 상승했지만, 주주 배당금은 31% 급증했다.




◇ 남성 재산, 여성보다 50% 이상 많아

성별 간 부의 불평등도 있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50% 이상 더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2명의 남성은 아프리카 전체 여성보다 더 많은 부를 보유하고 있다.

경제 피라미드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빈곤층 여성(15세 이상)은 매일 125억시간 동안 '무급 돌봄노동'(unpaid care work)'을 제공하고 있다.
돌봄노동은 아동·노인 돌보기, 요리, 청소와 같은 일상 가사를 포함한다. 이들의 돌봄노동 가치는 10조8천억달러로 추산된다. 전 세계 테크 산업 규모의 3배다.

하지만 여성의 무급 돌봄 노동은 평가 절하된다.

옥스팜 인도 대표(CEO)인 아미타브 베하르는 "여성과 소녀들의 무급 돌봄노동이 경제와 기업, 사회의 바퀴를 움직이는 숨겨진 엔진"이라고 말했다.




◇ 전 세계 강제노동 가사도우미 340만명…매년 10억달러 강탈당해

전체 무급 돌봄노동 가운데 4분의 3은 여성이 담당하고 있다.

전 세계 여성 중 무급 돌봄노동 때문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경우는 42%였다. 이런 사례에 해당하는 남성은 6%에 불과했다.
보육노동, 가사도우미 같은 전체 유급 돌봄노동의 3분의 2는 여성이 차지하고 있지만, 저임금, 불규칙한 근무, 신체·정서적 피해가 우려되는 일자리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가사도우미 중 10%만 다른 근로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일반 노동법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 가사도우미의 과반수는 법률에 보장된 근로시간 제한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강제노동에 처한 340만명의 가사도우미가 매년 10억달러 정도를 강탈당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무급·유급 돌봄노동에 대한 수요는 인구증가와 고령화로 인해 향후 10년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돌봄 노동자가 필요한 사람이 2030년에 23억명에 달할 보고서는 예측했다.




◇ '해법은 있다'…공정한 과세·국가 돌봄 체계 마련

보고서는 가장 부유한 1%의 재산에 향후 10년간 0.5%의 추가 세금을 부과하면 교육, 건강, 노인 돌봄 등의 분야에서 1억1천700만개의 새로운 돌봄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필요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빈곤층에 대한 세금을 높이고, 공공지출을 줄이며, 교육·의료 민영화 등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금융기구의 조언을 따른다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여성과 소녀들의 업무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수자원, 전기, 보육, 건강 관리 등 중요 공공 서비스와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주문했다.
짐바브웨 일부 지역의 여성은 수원(水源)을 개선하면 하루 최대 4시간, 1년에 2개월 추가로 일을 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성차별적 경제시스템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돌봄 노동자의 권리를 실현하고 이들의 노동으로부터 가장 이득을 얻는 부유한 엘리트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 국가 돌봄 체계에 대한 투자 ▲ 극단적 부를 끝내기 위한 제도상 허점 보완 ▲ 가사노동자의 권리 보호 및 유급 돌봄 근로자들의 생활임금 보장 법제화 ▲ 돌봄 노동자의 의사결정 과정 참여 보장 ▲ 돌봄노동을 여성의 책임이라고 보는 규범과 신념에 도전 ▲ 비즈니스 관련 정책 및 관행에서 돌봄의 가치 인정 등 6가지 조치를 제안했다.

베하르 옥스팜 인도 대표는 "정부가 불평등 위기를 끝내기 위해 행동을 해야 할 때"라면서 "기업과 부유한 개인들에게 공평한 세금을 부과하고 서비스·인프라 투자와 여성의 돌봄 노동을 개선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lucid@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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