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의 덫에 걸려 '직장까지 잃었다'

2020-01-22 14:24:19

금융범죄, 불법대출의 덫 (PG)[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전국 500개 이상 정식업체 등록'
불법 대출 추심 피해자 A씨에 따르면 포털사이트에 '대출'이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전국 정식 대출 업체를 한곳에 모았다'고 광고하는 한 대출 광고 사이트가 첫 줄에 떴다.
사이트 내 광고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니 한 남성이 전화를 받았고 대출 절차를 안내했다. 대출은 속전속결이었다.



사채업자는 차용증 외 별도의 서류로 친인척과 지인의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따로 적어 내라고 요구했다. 담보 대신이었다.

문제는 일주일 뒤 돈을 갚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사채업자들은 연리로 계산하면 1만8천여% 이자율을 적용해 30만원은 며칠 만에 어느덧 수백만 원으로 불어났다.

말도 안 되는 이자율에 A씨는 버텼지만, 사채업자들을 담보 대신 받은 연락처로 주변인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지인들의 직장에 하루에 수백차례 전화를 걸어 갖은 협박을 했다.

A씨는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 결국 260만원을 고스란히 사채업자들에게 송금했다.

B씨는 사채업자들의 덫에 걸려 직장까지 잃었다.

50만원을 빌린 B씨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들은 '3시간당 10만원'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시간당 이자까지 덮어씌웠다
대출받을 때 써낸 지인 연락처 전화를 걸어 "네가 대신 갚으라"며 직장 동료들을 괴롭혔다.

B씨는 결국, 동의 없이 직장동료 개인정보로 사채를 끌어썼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B씨의 친척도 사채업자의 협박에 시달려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사채업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담보 대신 받은 지인들의 연락처로 단체 카톡방까지 만들어 괴롭혔다.


사채업자들은 이렇게 2017년부터 최근까지 1천여명의 피해자에게 10억여원을 빌려주고 7억원의 이득을 봤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상대로 빼앗은 돈으로 사채업자들은 호화생활을 즐겼다.

사채업자들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부산 해운대 고급 아파트를 수백만 원 월세를 주고 빌려 사무실 겸 숙소로 썼다.

숙소에는 명품 의류, 신발, 시계가 줄을 맞춰 진열돼 있었고 사채업자들은 고급 외제 차를 몰고 다녔다.

피해자들 일부는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으나, 대포폰과 대포통장으로 신분을 철저히 숨긴 이들은 추적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그러나 전국을 누비며 발품 판 경찰을 이길 수는 없었다.

광주 북부경찰서 강력팀은 사채업자들에게 협박당한 고소 사건을 받고, 신분을 감추기 위해 전국 은행을 돌아다니며 대출회수금을 찾아가는 사채업자들의 뒤를 추적했다.

3개월여간 추적 끝에 지난 20일 부산 해운대 숙소 등에서 고모(24)씨 등 사채업자 5명을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광주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사채업자들에게 돈을 빌리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 피해를 봤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금감원 등의 피해 상담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최근 최고 금리(연 24%) 초과 대출, 불법 추심 등으로 입은 피해와 관련해 반환청구·손해배상·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등을 대리하는 변호사를 지원하는 방안 등을 발표했다.

pch80@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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