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2층 주민도 엘리베이터 비용 내야 하나요" 갑론을박

2020-01-25 08:58:11

[연합뉴스TV 제공]

최근 주택시장에서 아파트 승강기 비용을 저층인 1·2층 주민도 부담해야 하는지를 두고 새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1·2층 주민이 승강기 교체 비용을 다른 층 주민과 똑같이 부담해야 하는지를 두고 소송이 벌어졌는데, 법원이 1·2층 주민에겐 비용을 차등 부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24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장기수선충당금 균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작년 12월 17일 원고 승소 판결했고, 이 판결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항소하지 않아 최근 확정됐다.

입주자대표회의가 낡은 승강기를 교체하려고 장기수선충당금(이하 장충금)을 인상하려 하자 1층에 거주하는 주민이 승강기를 쓸 일이 없는데도 교체 비용을 똑같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다른 1·2층 주민들이 가세했다.


이 아파트에는 지하 주차장이 없기에 1·2층 주민은 딱히 승강기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이 없어 1·2층 입주자가 승강기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워 장충금을 균등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입주자대표는 장충금 추가 부과 결정을 내리기 전 1·2층 입주자의 입장과 입주자들 사이 의견대립, 균등 부과와 차등 부과의 장단점, 다른 아파트 사례 등을 입주자에게 충분히 알렸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주택관리 업계는 크게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장충금을 주택 지분 비율에 따라 부담하게 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수십년간 장충금을 부과해 왔는데, 장충금으로 수선하는 승강기 교체 비용을 이용도에 따라 차별 부과하는 것이 맞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장충금을 주택 소유자의 공급면적을 기준으로 부담하는 것은 50여년 가까이 오랜 기간 정착된 제도"라며 "판결은 장충금 부과 과정의 절차적 흠결이 위법하다는 판단으로, 모든 아파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장충금으로 수리하는 항목 중 장애인 진입로도 있다"며 "판결대로라면 장애인이 아닌 주민에게는 장충금 중에서 장애인 진입로 관리비는 빼줘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지붕 방수 공사 비용은 중간 이하 층 주민은 부담할 이유가 없고 가정에 노인이 없는 세대는 노인정 관리 비용을 낼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승강기 교체 같은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공사의 경우 실제 사용자를 가려서 차등 부과하는 것이 옳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40대 주민 A씨는 "지하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에서 1·2층 주민은 승강기를 쓸 일이 없다는 것은 명확하지 않으냐"며 "이런 경우 주민 자치를 통해 타협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승강기 비용 분담 문제는 업계에서 간간이 나오는 이슈다. 승강기 교체 등 공사를 할 때 추가 부담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1·2층 주민들이 반발하는 문제는 꾸준히 있었다.

주택 관련 법령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는 앞서 2012년 관련 민원에 대해 "장충금은 가구당 주택공급 면적을 기준으로 부과되고 있으며 승강기를 사용하지 않는 저층 세대라 해서 승강기에 대한 장충금을 깎아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답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충금은 법령에 따라 균등하게 부과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면서도 "이번 판결은 장충금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는 엘리베이터 공사에 국한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에 대해 대응할 방침은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논쟁이 앞으로 계속 제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행정안전부가 작년 3월 24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에 대해선 승강기 손끼임 방지 등 안전 기능을 갖추도록 '승강기 설치검사 및 안전검사에 관한 운영규정'을 고시했고, 이에 따라 노후 아파트의 승강기 교체 수요가 적지 않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banana@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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