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경로 미궁' 환자에 지역사회 감염 신호탄?…방역 중대기로

2020-02-17 11:34:24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째 환자가 격리된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관계자가 체온측정 등을 하고 있는 모습. 2020.2.16 mon@yna.co.kr

국내에서도 감염경로가 불투명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하면서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학적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가 생긴 것은 국내 지역사회 감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며 현재의 방역대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여행 이력이라든지, 이미 확진 받은 환자와 접촉 등 이런 부분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이 산발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될 때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9번 환자(82세. 남성. 한국인)는 지금까지 역학조사 결과, 국외 위험지역을 다녀온 적이 없고, 다른 코로나19 환자와도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현재 29번 환자가 어디서 감염됐는지 구체적 감염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29번 환자의 아내도 전날 밤 코로나19 양성으로 나타나 서울대병원에 입원 격리되면서 30번 환자로 기록됐는데, 이들 부부환자는 방역당국의 방역망 밖에서 나와 '국내 첫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될 수 있기에 방역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대부분 감염원과 감염경로가 드러난 기존 확진환자 28명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 28명의 역학 조사를 바탕으로 역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국 등 해외 유입 사례 16명(57.1%), 국내 2, 3차 감염 사례 10명(35.7%)이었다.
다만 태국에서 감염된 16번 환자(43)의 딸인 18번 환자(21세 여성, 한국인)와 3번 환자의 지인인 28번 환자(31세 여성, 중국인) 등 2명에 대해서만 정확한 감염원, 감염 경로 등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 전문가들 "올 것이 왔다"
이렇게 감염경로를 모르는 코로나19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미 국내 지역사회에 코로나19가 많이 번졌을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역학조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29번 환자가 어떤 감염자와 연결되어서 걸렸는지 모르는데, 만약 그렇다면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한 게 아니냐고도 볼 수 있다"면서 "언제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29번 환자는 의료기관 입장에서 '이제는 여행력만으로 환자를 보면 안 되겠구나. 혹시 폐렴이 있는 환자도 선별해서 검사를 해봐야겠구나' 하는 일종의 사인을 주는 등 지역사회 감염을 대비할 때가 됐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 '봉쇄+역학조사+접촉자격리'→'조기진단+조기 치료 통한 완화전략' 전환검토 필요
29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끝끝내 감염경로를 확인하지 못해서 지역사회에 코로나19가 전파된 것으로 나타나면 현재의 방역 전략 손질이 불가피해진다.

방역 대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는 것이다.

지금까지 방역 당국은 봉쇄 전략, 즉 공항에서 입국자를 체크해서 차단하고,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고 격리 조치하며, 접촉자를 관리해 자가격리하는 등 원천봉쇄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왔다.

앞으로 지역사회 감염자가 늘면 이런 방역 전략으로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역학적 연결고리가 없는 환자가 더 나오는 등 구멍이 뚫리면 순식간에 번질 수 있는 만큼, 이른바 완화 전략으로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신종 감염병 초기에는 환자 발생을 줄이고 차단하는 방법을 쓰지만, 지역사회 여기저기서 역학적 고리가 없는 환자가 발생하면 더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 만큼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면 가능한 한 빨리 환자를 찾아내 빨리 치료해서 사망률을 낮추는 완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29번 환자가 나오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면으로, 최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잘 짜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는 병원감염과 지역사회 감염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기에 방역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렇기에 방역전략을 효율적으로 세워 중증 환자, 고령자, 만성병 환자, 임신부 등 취약계층을 최우선으로 치료해서 사망자를 줄이는 전략으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sh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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