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하지만,부족함 채울 시간" 도쿄올림픽 연기, 진천선수촌 현장의 소리

2020-03-26 05:46:50



24일 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전격발표했다.



2020년 여름 도쿄의 꿈 하나로 뜨거운 땀방울을 흘려온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의 분위기는 어떨까. 코로나19 확산의 위기 속에 5주째 외출, 외박이 전면금지된 채 올림픽 준비에만 몰두해온 선수들이다. 사상 최초로 올림픽이 연기되는 세상에 없던 사건에 대한 선수, 지도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아쉽다", "기운 빠진다", "괜찮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종목별, 선수별, 나이별로 '1년 연기'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에서 온도차가 느껴졌다.

25일 오전, 올림픽 연기가 발표된 이튿날도 남녀탁구대표팀은 평소처럼 훈련을 이어갔다. 올림픽 연기 가능성이 본격제기된 지난 23일 이후 선수촌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가라앉았다. 일부 종목은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탁구는 쉬지 않았다"고 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연기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와서 연기를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 그나마 1년 연기라 다행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우리 남자탁구의 경우 이상수, 정영식, 장우진으로 4년 내내 준비를 잘해왔기 때문에 변수가 발생해 아쉬운 면도 있다. 부산세계선수권, 올림픽, 대륙 예선전이 잇달아 연기되면서 목표 의식이 떨어져 정신적으로 처지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탁구인들에겐 올림픽만큼 연내 열릴 부산탁구세계선수권도 중요하다. 부산을 목표로 선수들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을 전했다. 5주째 선수촌에 갇혀지내온 김 감독은 "탁구는 각 실업팀에 운동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평창, 제주 등 촌외 훈련도 고려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리우올림픽에서 투혼의 플레이로 감동을 선사한 탁구 에이스 정영식은 "모두 올림픽 D-데이를 하루하루 세면서 훈련을 해왔다. 이렇게 되니 기운이 빠지는 측면은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마음을 그렇지만 생각은 긍정적으로 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모든 국민들이 힘든 시기 아니냐.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다. 힘든 부분은 우리가 받아들이면 된다"고 했다. "하루 속히 코로나19가 극복돼서 국민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선수들도 경기에 나서고, 직장인들도 안정되고, 젊은 사람들도 맘껏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7월 이후 새 대표팀이 꾸려지고, 올림픽 선발전이 새로 치러질 경우 대표팀 멤버가 바뀔 수도 있다. 정영식은 이에 대해 "어차피 올림픽은 가장 실력 있는 선수가 가야 한다. 합당한 실력을 갖추도록 계속 잘 준비하겠다"는 정답을 내놨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30대 베테랑 선수는 "코로나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나이를 먹다보면 한해 한해가 다르다. 4년간 도쿄 목표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1년을 더해야 한다니 맥이 풀리는 면도 있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내년 출전권, 규정이 바뀌는 부분이 어떻게 적용될지도 불안하다. 이 부분에 대해 국제연맹이 최대한 빨리 결정해서 선수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여자수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코로나19를 뚫고 피나는 훈련에 매달려온 '인어공주' 김서영은 아쉬움과 허탈감에 눈물을 쏟았다. '김서영 스승' 김인균 경북도청 수영팀 감독은 "연기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막상 닥치니 선수들의 당혹감이 크다"면서 "마음을 잘 추스리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선수 본인이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김)서영이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수영선수의 목표는 특정 대회가 아니라, 자기자신 그리고 기록 아니냐'고 했다. 올림픽이 끝난다고 선수생활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록을 위한 도전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현재 자신의 페이스가 100%가 안됐다면 하늘이 내린 기회다. 100%를 채울 시간이 연장된 것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자고 격려했다"고 했다.

리우올림픽 남자펜싱 에페 금메달리스트, '할 수 있다' 박상영은 "올림픽 연기가 발표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펜싱대표팀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5일 입국한 여자에페 동료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코로나의 공포를 직접 경험했다. 자택 자가격리중에 올림픽 연기 소식을 접했다는 박상영은 "코로나를 뉴스에서만 접하다가 직접 체감하게 됐다. 저희도 아직 완전히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 잠복기가 있다. 종일 집에만 있다"고 했다. 코로나가 결국 올림픽까지 밀어낸 상황, 박상영은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운동은 계속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솔직히 복잡미묘한 마음은 있다. 목표를 잡고 준비해오다 미뤄졌다고 하니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준비할 기간이 더 생겨서 다행인 것같고…, 부족한 면을 채울 기회로 삼고 싶다"고 했다. "펜싱선수들의 단톡방에서도 '올림픽은 미뤄졌지만 선발전은 어떻게 할지 모르고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망하지 말고 함께 잘 견뎌내자'고 서로를 다독이고 있다"라고 대표팀의 분위기를 전했다.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던 남자 럭비대표팀 서천오 감독은 "코로나 때문에 선수촌에서만 생활해야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선수들은 이해하고 잘 적응해 왔다"면서 "1년 연기가 결정된 현실에 받아들이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향후 계획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올림픽 때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좀더 세밀하게 준비해서 좋은 경기력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아쉬움을 대신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이날 오후 '2020 도쿄올림픽대회와 관련하여 참가선수, 올림픽대회 관계자 및 국제사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올림픽 대회를 연기하기로 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국가대표 선수단 안전강화를 위해 실시했던 장기간 외출, 외박 통제에 따른 피로감을 우선적으로 해소하고 선추촌 안전과 방역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재정비할 계획'이라면서 '27일(금)까지 진천국가대표선수촌 내에 훈련중인 전종목에 대해 귀가조치하고 기본 3주 이후 입촌 시기 및 방법은 외부환경을 고려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경기력 유지를 위한 합동대응반을 구성해 선수 지원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