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모텔에서…미국서 코로나19보다 먼저 퍼진 인종차별

2020-02-21 16:12:16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하철에서 태국계 미국인 지라프라파수케는 10분 동안 일면식도 없는 남성으로부터 모욕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모든 질병은 중국에서 왔다. 중국인들이 역겹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참 똑똑해서 '오, 내가 이걸 개발했어, 내가 저걸 개발했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엉덩이조차 닦지 못하지 않느냐"
심지어 중국인도 아닌 지라프라파수케는 이 황당한 사건을 알리러 인터넷에 들어갔다가 자신에게 벌어진 일은 다른 아시아계가 겪은 인종차별에 비하면 '약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지난해 말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중국 본토를 넘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적인 폭언과 폭행이 빈발하고 있다고 CNN 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LA에서 직선거리로 약 4천㎞ 떨어져 있는 동부 뉴욕 상황도 다르지 않다. 마스크를 착용한 아시아계 여성이 맨해튼의 지하철역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욕을 듣는 것으로 모자라 폭행까지 당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여성이 지하철 개찰구를 빠져나와 한 흑인 남성에게 뭐라고 외치자, 이 남성이 뒤를 돌아보더니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며 여성을 때렸다.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목격자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향해 "병에 걸린 X"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고, 피해자가 '그래, 그래, 저리 가'라고 받아친 이후의 상황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고 전했다.
이 목격자는 코로나19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이 당하는 인종차별을 보여주는 무서운 사건이었다고 떠올리며 "인종 간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만큼 당국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삼촌과 함께 미국을 여행하고 있는 중국 소수민족 먀오족 출신 카오 로르도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인디애나주 플리머스시 '슈퍼 8 모텔'에서 방을 달라고 하니 대뜸 업소 직원이 중국인 아니냐며 추궁에 들어간 것이다.
로르가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알려달라고 하자 직원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에서 온 모든 사람은 2주 동안 따로 모아서 격리해야 한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격리대상은 중국에서 온 모든 사람이 아니라 최근 중국 후베이(湖北)성에서 귀국한 사람들이지만, 로르는 반박하지 않고 근처에 있는 숙박업소 '데이즈 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곳 역시 아시아인은 손님으로 받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데이즈 인과 슈퍼 8을 운영하는 윈덤 호텔은 해당 업체들은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로르에게 벌어진 일들이 회사의 방침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CNN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7만5천명을 넘고 2천10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지만, 독감과 비교하면 사망자가 훨씬 적은 데다 미국에만 국한한다면 그 수치는 더욱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29일부터 최근까지 미국에서 독감에 걸려 사망한 사람은 1만2천명으로 집계됐지만,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는 아직 없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5명은 모두 최근 우한에서 돌아왔거나, 우한에서 돌아온 이의 배우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현재 코로나19가 미국 지역사회에 전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runra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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