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하승진 전태풍, KCC 황금트리오 또다시 재결합?

2020-04-02 07:00:00

허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3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담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9.03/

[스포츠조선 정재근기자] 허재, 하승진, 전태풍 이 세 사람이 다시 뭉칠 수 있을까? KCC의 제2 황금기를 이끌었던 세 사람이 다시 재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무대는 농구가 아닌 예능이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때, KCC 감독이었던 허재가 하승진과 전태풍을 연달아 품에 안은 것은 '하늘이 내린 복'이었다. 괴물 신인 하승진이 참가한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KCC는 4개 팀 중 추첨으로 1순위에 뽑혀 하승진을 뽑았다. 행운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9년 열린 사상 최초의 귀화 혼혈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10개 구단 중 1순위로 전태풍을 뽑았다. 9개 구단이 먼저 추첨을 했지만 끝내 1순위는 나오지 않았고 마지막 순서인 허재 감독이 손도 안 대고 1순위를 가져갔다. 농구인들은 2002년 TG삼보가 김주성을 뽑을 수 있었던 게 전창진 감독이 아니라 허재 코치의 운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하승진과 전태풍을 가진 허재 감독은 훨훨 날았다. 하승진이 먼저 합류한 2008-2009 시즌 우승, 전태풍이 가세한 2009-2010시즌 준우승, 2010-2011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모두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두 번 챔피언 트로피를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세 사람의 달콤했던 동행은 너무 짧았다. 2012년 귀화 혼혈인 선수 규정에 따라 3년을 채운 전태풍은 다른 팀으로 떠나야 했고, 하승진마저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됐다. 오리온으로 이적한 전태풍은 팀에 적응하지 못했고, 하승진은 공익을 마친 후에도 부상으로 예전 같은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애처로울 정도로 머리가 하얗게 센 허재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2015년 2월 자진해서 사퇴했다. 짧지만 강렬했던 셋의 인연은 그렇게 끝났다.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고 세 사람이 모두 농구판을 떠났다. '농구 대통령' 허재는 '예능 샛별'로 방송가에서 맹활약 중이다. 뭉쳐야 찬다, 냉장고를 부탁해, 한끼줍쇼, 라디오스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옥탑방의 문제아들, 미운 우리 새끼, 집사부일체, 정글의 법칙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사랑받고 있다. 레이저 쏘던 눈빛은 사라지고 허당기 가득한 잘 웃는 형님이 됐다.

작년 은퇴한 하승진 역시 예능계로 진출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똥강아지들, 아내의 맛, 끼리끼리, 수미네 반찬 등에 출연하며 만만찮은 예능감을 과시하고 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현란한 입담을 뽐내며 농구팬을 사로잡았다.

올해 코로나19로 프로농구 시즌이 종료되며 은퇴 소식을 알린 전태풍도 방송 진출을 선언했다. 전태풍은 이미 하승진과 함께 '아내의 맛'에 출연했다. 또 하승진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연인'의 순수한 매력을 뽐낸 바 있다. god 박준형처럼 정제되지 않고 솔직한, 그래서 더 매력적인 전태풍의 말투가 예능에서 어떻게 빛을 발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하승진에게 허재는 '상남자'다. KCC 시절 허재의 리더십에 존경을 표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허재 감독님이 1년째 전화를 안 받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일종의 공개 구애다. 전태풍은 허재를 '무서웠지만 알고 보면 물렁물렁(허당?) 했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레이저 눈빛을 맞아가면서도 자유롭게 농구 했던 KCC에서의 3년이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황금기를 함께 보냈던 세 사람이 다시 뭉칠 찬스가 돌아왔다.

허재, 하승진, 전태풍이 예능에서 다시 만난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KCC에서처럼 예능에서도 황금기를 만끽할 수 있을까? 예능 대세로 자리매김한 서장훈까지 가세한 드림팀 '뭉쳐야 쏜다'가 탄생할 수도 있을까?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열어가고 있는 농구스타들의 활약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P.S. 예능에서 인기를 얻는 농구스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반면 그들의 고향인 프로농구에서는 점점 스타를 보기 힘들다. 요즘 어린아이들은 서장훈, 허재는 알지만 현역 농구선수는 잘 모른다. 모든 구단이 승리만을 목표로 숨이 차게 달려왔는데 선수 개개인의 기량은 왜 점점 떨어지는 걸까? 하승진과 전태풍은 지금의 한국 농구에 대해 "이젠 변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허재도 "스타가 나오지 않는 현실에 대해 농구인들이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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