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달갑잖은 버스기사들…"따뜻해지니 마스크 안쓴 승객 늘어"

2020-04-04 11:10:29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서남권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강모(62)씨는 요즘 버스 앞문이 열릴 때마다 불안하다. 낮이면 기온이 올라 완연한 봄 날씨가 되자 마스크를 쓰지 않고 버스에 타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10명 중 2∼3명은 마스크를 안 쓰고 탄다"며 "일단 마스크를 쓰고 탔다가도 벗고 대화를 나누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불특정다수가 종일 드나드는 공간에서 근무하는 버스운전사들의 고충도 길어지고 있다.

최근 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하는 등 포근해지는 날씨가 버스 기사들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다. 점점 버스 안에서 마스크를 벗는 손님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행여라도 승객 중 감염자가 포함됐다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기사들의 걱정이 크다.

서울 강서구의 마을버스 기사 김모(58)씨는 4일 "기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바로 민원이 들어오는데 손님들이 안 쓰는 건 왜 문제가 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마스크를 안 쓴 손님 때문에 우려되는 일이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승객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지적하기도 어렵다. 한 버스기사는 "손님한테 마스크를 써 달라고 했다가 회사에 '기사가 불친절하다'는 민원이 들어오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작 버스기사들에게는 마스크가 충분히 지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회사에서 마스크를 따로 지급하지 않고,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교대로 근무하느라 공적마스크 구입 가능일을 놓치기 일쑤여서다.

서울 구로구 등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박모(65)씨는 누렇게 바랜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박씨는 "회사에선 마스크 없이 타는 승객에게 나눠주라고 마스크를 매주 5장 지급하는데 정작 기사에게는 안 준다"면서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버스 내부 소독은 하면서 기사들의 안전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승객 수가 줄어드는 것도 기사들에게는 큰 걱정이다. 승객이 줄면 운행도 줄어 그만큼 급여가 깎이기 때문이다.

시내버스 기사 박씨는 "요즘 승객이 줄어 매달 2차례 초과근무가 없어져 월급이 15만원 정도 줄었다"며 "아직까진 괜찮다고 할 만한데 사태가 길어지면 점점 악영향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구의 마을버스 기사 A(69)씨는 "최근 한 달은 손님이 없어 출근일수가 20% 줄었고 임금도 그만큼 줄었다"며 "시 당국이 기본급을 보장하는 시내버스보다는 주로 일당을 받는 마을버스 기사가 더 큰 타격을 받는다"고 했다.

서울시 도시교통실 관계자는 "버스운송사업조합이 각 버스업체에 마스크와 소독제를 지급하지만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 같다"며 "업체가 마스크 등을 받고도 이를 기사들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여 점검을 통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사들의 임금 보장과 관련해서는 정부에서 마련한 운수업자 재정지원 방안이 적극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sh@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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