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소녀, 다친 부친 싣고 자전거로 1천200㎞ 필사의 귀향

2020-05-25 13:55:14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의 15세 소녀가 '코로나 봉쇄' 속에 다리를 다친 아버지를 자전거에 태우고 1천200㎞ 떨어진 고향으로 일주일 만에 돌아와 찬사가 쏟아졌다.



인도 사이클연맹은 "테스트를 받아보자"며 관심을 표명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는 "인내와 사랑의 아름다운 업적"이라고 칭찬했다.


25일 힌두스탄타임스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수도 뉴델리 외곽 구르가온에 살던 15세 소녀 조티 쿠마리는 오토릭샤(삼륜 택시)를 몰던 아버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직하자 어머니가 있는 비하르주 다르방가로 귀향을 결심했다.

쿠마리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집세를 못 내니 집주인이 나가라고 했다"며 "그대로 있었으면 아버지와 나는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3월 25일부 국가 봉쇄령을 발령, 필수업종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출을 금지했다.
시골을 떠나 대도시에서 일하던 이주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고, 대중교통까지 끊기자 트럭을 빌려 타거나 심지어 수백㎞씩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쿠마리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쓸 수 없는 상태다.
인도 정부가 최근 들어 귀향을 원하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특별열차를 마련해주고 있지만, 쿠마리는 열차표를 구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열차 승강장까지 걷지 못할 거라 판단했다.
쿠마리는 수중에 있는 돈 2천 루피(3만3천원)를 모두 털어 분홍색 중고 자전거를 산 뒤 아버지를 뒤에 태우고 이달 10일 고향으로 출발했다. 가진 것은 물 한 병이 전부였다.
일주일간 여행하면서 단 한 차례만 트럭을 얻어탔을 수 있었고, 나머지 시간은 낯선 사람들에게 물과 음식을 얻어먹으며 계속 고향을 향한 끝에 지난 16일 마침내 도착했다.



쿠마리는 "힘든 여정이었다. 날씨가 너무 더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내 목표는 단 한 가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고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어 "유명해진 것이 좋긴 하지만, 유명해지려고 자전거를 탄 것은 아니다"라며 "자전거를 탄 것은 필사의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쿠마리의 아버지 모한 파스완은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정말 돌아올 수 있을 줄 몰랐다"며 "내 딸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용기가 있는 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쿠마리의 사연은 인도뿐만 아니라 외신을 통해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인도 사이클연맹은 다음 달 쿠마리를 기차에 태워 뉴델리로 데려온 뒤 국립 사이클 아카데미 연습생 입단 테스트를 하고 싶다고 나섰다.
사이클연맹 회장은 "쿠마리는 (사이클 선수를 할) 힘과 체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젊은 인재를 육성하고 싶다"며 테스트를 위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말했다.



이방카 트럼프는 지난 22일 트위터에 "인내와 사랑의 아름다운 업적은 인도 사람들과 사이클연맹을 사로잡았다"며 쿠마리 관련 기사를 올렸다.

다르방가 지방정부는 쿠마리를 현지 학교 9학년에 입학시키고 새로운 자전거와 교복, 신발을 선물했다.

쿠마리는 "학업을 먼저 마치고 싶고, 힘든 여정으로 체력이 약해졌다고 느낀다"며 사이클연맹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아직 고민 중이라고 인디언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noanoa@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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