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인터뷰]냉정했던 '레전드' 이강철의 한 마디, KIA 양현종 140승의 밑거름

2020-06-04 06:30:00

◇광주=박상경 기자 ppark@

[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는데..."



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이날 개인 통산 140승 달성에 성공한 '대투수' 양현종은 KT 위즈 이강철 감독을 떠올렸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통산 152승으로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에서 최다승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양현종이 KIA 유니폼을 입은 2007년 당시엔 1군 투수 코치로 성장에 기여한 '은사'다. 양현종은 꾸준히 이 감독의 기록을 뛰어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단순한 '신기록' 때문이 아니었다. 양현종은 "기록에 다가갈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이 감독의) 기록을 깨고 직접 찾아가 (새 기록과 내 모습을) 자랑한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은 '선발 투수라면 3년은 꾸준히 잘 던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감독님이 KIA에 계실 때 2년 성적을 내고 다음해에 안좋아지곤 해서 나를 선발로 인정 안해주셨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감독님께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는데, 나중에 감독님이 옆에 안계실때 성적이 나왔다. 같이 있을 때 못해 아쉽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이 감독과 양현종은 '적'으로 마주서게 됐다. 공들여 키운 제자의 호투를 볼 때마다 가슴 한켠엔 뿌듯함이 있지만,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선 쉽게 속내를 드러내긴 어렵다. 양현종이 이 감독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듯이 이 감독도 KT의 어린 투수들을 조련하며 '포스트 양현종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현종은 "(KT전을 치를 때) 감독님을 뵈면 항상 '많이 컸다'는 말씀을 하시곤 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KT를 꺾고 이 감독 앞에서 기록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물음엔 "그러면 감독님은 아마 꽃다발을 주시지 않을까"하며 즐거운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경기 후 전광판엔 양현종의 140승 달성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띄워졌다. 하지만 양현종이 원한 것은 팬들의 환호성이었다. 그는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관중의 환호성을 기다리고 있다"며 "빨리 상황이 나아져서 많은 팬이 야구장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그 시점에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면, 기쁨은 두 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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