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의 컴백멀티골X동해안더비 최다골차'에도 겸손담담 이청용 "아직 갈길 멀다"[직격인터뷰]

2020-06-07 05:00:00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승점 3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11년만에 돌아온 K리그에서 고대하던 복귀골을 신고한 '울산의 푸른 용' 이청용(32)은 언제나처럼 담담했다. 열여섯에 프로의 삶을 시작해 영국, 독일 등 유럽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답게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이겨야 사는 절체절명의 '동해안더비', 심지어 한 골도 아니고 두 골을 몰아치며 짜릿한 대승을 거둔 후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울산의 울화병을 단박에 날려준 초여름밤의 골 잔치, 숨길 수 없는 환희는 팬들의 몫이었다.

6일 오후 7시 포항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5라운드 포항-울산전,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26분 주니오의 헤더가 골대를 강타한 직후 이청용이 질풍처럼 쇄도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2009년 7월 19일 서울-강원전 골 이후 무려 10년 10개월 18일만에 골맛을 봤다. 지난달 24일 부산과의 홈경기에서 VAR 판독 끝에 지워진 첫 골의 아쉬움을 털었다. 한 골로 만족하지 않았다. 전반 36분 눈부신 개인기가 빛났다. 특유의 드리블로 상대 태클을 사뿐히 피해 낮고 빠른 왼발 슈팅으로 또 한번 포항의 골문을 열었다. 2008년 7월 19일 전북 현대전 멀티골 이후 11년 10개월 18일 만의 K리그 두 번째 멀티골이었다.

해트트릭도 기대될 만큼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던 후반 11분, 가슴 철렁한 장면이 나왔다. 이청용이 포항 최영준과 충돌해 쓰러졌다. 다시 그라운드에 들어섰지만 무릎을 잡고 주저앉으며 후반 14분 이동경과 교체됐다. 울산은 후반 29분 김인성, 후반 39분 주니오의 추가골까지 터지며 4대0으로 대승했다.

1984년 이래 165번의 동해안더비 사상 최다 점수차 타이 기록을 세웠다. 4년전엔 울산이 패했다. 2016년 6월 29일 윤정환 감독 시절 포항 스틸야드에서 0대4로 완패해 성난 팬들이 울산행 선수단 버스를 막아섰던 악몽을 보기좋게 떨쳤다. 지난해 12월 1일 포항과의 최종전에서 1대4로 패하며 다 잡은 우승을 한 골 차로 놓친 김도훈호가 적지에서 '완벽한 복수'에 성공했다. 징크스도, 트라우마도 훌훌 날린 채 원정 라커룸이 떠나갈 듯 뜨겁게 포효했다. 전반에만 2골을 몰아치며 대승을 이끈 에이스 이청용은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듯 미소 지었다.

큰 선수는 큰 무대에서 빛난다. '슈퍼매치'만 경험한 이청용이 울산 유니폼을 입은 첫해, 첫 동해안 더비의 주인공이 됐다. "오랜만에 골을 넣어서 기쁘고 무엇보다 중요한 더비에서 결과와 내용 모두 잡고 승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도움, 패스 등에 집중했던 이전 경기들보다 골 욕심을 더 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청용은 "오늘도 다른 경기와 마찬가지로 팀플레이에 집중했고 전반에 좋은 슈팅 찬스가 생겨서 시도한 것"이라고 답했다. 해트트릭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질문엔 "해트트릭보다는 승점 3점이 필요한 경기였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열심히 뛰어서 따낸 승리"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날 이청용의 멀티골, 컴백골을 울산 선수단은 한마음으로 기뻐하고 축하했다. 벤치의 김도훈 울산 감독은 두 팔을 번쩍 들고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했다. 이청용은 "감독님께서 많은 말씀을 하지 않으시지만, 항상 믿음이 느껴져서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이청용의 두 번째 골은 절친 고명진이 발밑으로 쓱 밀어준 패스에서 시작됐다. 한집에서 동고동락하는 '서울메이트' 고명진과 팀의 명운이 걸린 동해안더비에 나란히 선발 출전해 나란히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활짝 웃었다. 이청용의 골을 자신의 골처럼 기뻐하는 고명진의 함박웃음이 중계화면에 클로즈업 됐다. 이청용은 "경기를 앞두고 (고)명진이형과 즐겁게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워낙 서로 잘 맞기 때문에 특별한 얘기 없이도 같이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는, 제게는 굉장히 중요한 존재"라고 했다.

이청용은 27라운드 긴 여정속에 5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마음의 중심을 딱 잡았다. "더비에서 큰 점수차로 이겼지만 승점 3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팀에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앞으로 갈길이 멀기 때문에 준비를 더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8년 골키퍼 김병지의 헤더가 작렬한 플레이오프, 2011년 김승규가 맹활약한 플레이오프, 2013년-2019년 12월 1일 징크스… '돌아온 영웅' 이청용의 활약으로 울산이 4대0 역대 최다골차 승리를 하고, 복수혈전에 성공한 2020년의 이야기도 '동해안더비' 명승부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청용이 있어서 '동해안더비'가 더 재미있어졌다. K리그가 더 좋아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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