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추억'보다 못한 결말? 이춘재 사건, 죄는 쌓였는데 벌은 없다!

2020-07-02 14:08:29

배용주 경기남부청장- 연합뉴스

영화 '살인의추억'을 만들게 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이 막을 내렸다.



경찰은 2일 이춘재(57)가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다른 9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과 강도질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살해된 피해자들 역시 대부분 성폭행 후 죽임을 당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재수사를 통해 사건은폐, 감금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사를 했던 당시 검찰 직원과 경찰관 9명을 검찰에 넘겼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수사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사람과 진범,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한 사법기관의 관련자들을 밝혀낸 것은 성과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끝나 죄는 쌓였는데 그 누구도 처벌할 수 없는, 피해자들만 남은 사건이 되고 말았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본관 5층 강당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춘재의 자백에 따르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모두 15명이며, 34건의 성폭행 또는 강도 범행이 있었다.

이 가운데 범행이 입증된 것은 14명의 여성을 살해한 것과, 9명의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행과 강도다.

경찰은 수십 차례에 걸친 프로파일러 면담 결과 등을 토대로 그의 범행 동기를 '변태적 성욕 해소'로 판단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마침내 사건의 진실과 범인은 확인됐지만, 이춘재를 비롯해 잘못된 수사를 진행한 그 누구도 죄에 대한 처벌은 받지 않는다.

경찰은 이춘재와 사건 당시 검찰, 경찰 등을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도 같은 방식으로 이 사건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이춘재의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되신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분과 그의 가족, 그 외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손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전체 수사 과정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잘잘못 등을 자료로 남겨 책임 있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역사적 교훈으로 삼겠다"며 "진행 중인 8차 사건의 재심에 협조하고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한 또 다른 피해사례가 확인되는 경우에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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