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처럼 중국에선 '청년부추'가 증시 달군다

2020-07-11 08:00:41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본토와 홍콩 주식 시장이 최근 너무나 뜨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사태로 미중 전면 충돌 우려가 급속히 고조됐던 터라 중화권 증시의 갑작스러운 급등 현상은 드라마틱하게 느껴질 정도다.

중국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부추'라고 불리는 1억6천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시장에 대거 가세하면서 주가 상승 동력이 폭발적으로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뜯겨도 또 자라는 부추처럼"…돌아온 개인투자자
최근 중국 매체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귀환 현상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중국의 대형 증권사들은 최근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늘어난 신규 계좌 개설 업무를 감당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중신(中信)증권의 이달 들어 일평균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전달보다 30% 급증했다.

증시에 새로 발을 들이는 고객 중 가장 많은 이들은 '주링허우'(90後)로 불리는 90년대생 청년층이다.

궈타이쥔안(國泰君安) 증권은 지난달 온라인 신규 계좌 개설 고객 중 가장 많은 30%가 주로 20대인 주링허우였다고 밝혔다.

중·장년층 고객 중에는 오랫동안 증시를 떠나 휴면 상태인 '강시 계좌'를 다시 열겠다고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개인 고객들이 증시로 돌아오는 조짐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 증권 당국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 증권 계좌는 121만4천개로 작년 동기보다 5.34% 늘어났다. 5월 말 기준 주식 계좌는 총 1억6천600만개에 달했다.

한국에서 개인 투자자를 '개미'라고 부르는 것처럼 중국에서는 개인 투자자를 부추라고 부른다.
윗부분을 잘라내도 또 자라나는 부추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전문성과 풍부한 자금을 갖춘 기관과 외국 투자자들에게 늘 이용만 당한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이다.

선진국 증시보다 개인 투자 비중이 유독 높은 중국 증시에서 1억6천만명에 달하는 대중 심리에 크게 좌우되는 부추들은 주가의 진폭을 키우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 풍부한 유동성 증시로 급격히 쏠려…외자도 가세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30일 이후 9거래일 중 8거래일 연속 급등하면서 14%가량 치솟았다. 지난 6일 하루만 지수가 무려 5.71% 폭등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3월 저점 대비 20% 이상 급등해 기술적으로는 이미 강세장(불마켓)에 접어들었다.

활황의 원인으로는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최근 부쩍 커졌다는 점이 많이 거론된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 특유의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해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 경제를 정상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내주 발표될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지난달 30 발표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개월 연속 '경기 확장' 국면을 가리키는 등 핵심 경제 지표들이 호조를 띠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을 크게 자극했다는 해석이 있다.

아울러 최근 중국 당국이 내놓은 일련의 자본시장 개혁 조치가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을 부동산 시장에서 증시로 돌리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상하이거래소의 과학혁신판에 적용되는 기술기업 상장 특례를 선전거래소의 창업판으로 확대하는 조치를 발표하는 등 자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기술기업의 상장을 독려하는 일련의 제도를 내놓았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하고자 중국은 올해 여러 차례 지급준비율과 금리를 끌어내려 이미 시중 유동성이 많이 늘어난 상태인데 이런 분위기가 급격히 돈의 흐름을 증시로 돌리게 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중국 상승장에 올라타려는 외국 투자자들의 자금이 홍콩과 중국 증시 교차 거래 제도 등을 통해 대거 새로 유입되면서 중국의 주가 상승 동력이 한층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위안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 관영매체가 나서 "불마켓 온다" 선전…증시 기름 붓는 당국
중국 당국이 증시 과열을 어느 정도 조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관영 중국증권보는 증시 급등 초기인 지난 3일 1면에 '중국 증시에서 새로운 불마켓(강세장)이 나타나려 한다'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싣고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한껏 자극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경제 충격 극복에 사활을 건 중국 정부가 증시 붐을 일으켜 국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즈호 은행의 수석 아시아 통화 전략가인 켄 청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정책 결정자들은 경제 회복을 돕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증시 투자 심리를 도우려 할 수 있다"며 "통화·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에는 제약이 따르는 가운데 (증시) 강세장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역설적으로 중국과 홍콩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거론되던 홍콩보안법 통과가 중국 증시에 결과적으로는 호재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홍콩보안법 통과 후 미국이 아직까지 제한적이고 상징적인 수준으로 평가되는 제재에 그침으로써 오히려 그간 중화권 증시를 짓누른 불확실성이 걷히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중국에서는 1단계 무역 합의라는 '안전판'이 아직 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까지 미중 양국 경제에 거대한 충격을 줄 수 있는 '핵 버튼'을 누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측이 점점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중국 충양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미 사이의 경쟁이 정상화된 국면이지만 현재 세계 경제는 고도로 상호의존적"이라며 "중국과 미국이 전면적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강세장의 추가 도래에 관한 장밋빛 관측 사이에서도 경계 목소리도 작지 않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14∼2015년 5,000선을 넘으며 폭발적으로 상승했다가 거품이 꺼지며 일순간 3,000선 밑으로까지 폭락해 세계 투자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리쉰레이(李迅雷) 중타이(中泰)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시장이 지나치게 뜨거울 때는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 가장 중요한 대외 변수인 미중 관계의 추가 악화 가능성은 아직도 중국 증시에 어른거리는 검은 그림자로 어른거리고 있다는 평가다.
예기치 못한 미국의 대중 강경 조치가 나올 때마다 중국의 자본·금융시장은 크게 출렁거리는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cha@yna.co.kr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