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중 시대가 새삼 감격스러운 70세 베테랑 축구인의 진심

2020-08-05 06:24:20

사진제공=수원FC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원FC 화이팅입니다."



1일 수원FC와 안산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13라운드가 펼쳐진 수원종합운동장. 이날은 코로나19로 멈췄던 팬들의 발길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팬들을 향해 구단 단복을 입은 '노신사'가 반가운 눈인사를 나누며 주먹 인사를 건냈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까지 역임한 김호곤 수원FC 단장(69)이었다. 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감격에 젖은 김 단장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40여분간 자리를 지키며 모든 입장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단장은 뼛속까지 축구인이다. 선수로, 감독으로, 행정가로 50여년간 현장을 누볐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 김 단장이지만, 그런 그에게도 코로나 시대의 축구는 낯설었다. 관중 없는 경기는 봐도 봐도 익숙치 않았다. 팀이 K리그2 선두를 질주하고 있지만, 무관중 경기는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침내 다시 시작된 유관중 시대, 김 단장에게는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김 단장은 경기 전 프런트를 소집해, '팬들에게 직접 인사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프런트 역시 대환영했다. 급하게 회의를 거친 후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경기 시작 50분 전 김 단장이 사무국장, 마스코트와 함께 관중 앞에 서기로 했다. '백전노장' 김 단장도 직접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낯선 경험에 처음에는 움찔하기도 했다. 김 단장을 잘 모르는 관중들은 주먹 인사를 피하기도 했다. 게다가 김 단장은 마스크까지 한 상태. 하지만 대부분은 밝은 미소로 김 단장의 인사에 화답했다. 수원FC 관계자는 "이날은 알려진대로 10%의 관중 밖에 들어오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초대권 하나 없이, 전부 돈주고 티켓을 구입한 '찐팬'들이었다. 당연히 김 단장을 잘 알 수 밖에 없다. 직접 인사를 온 김 단장에게 '여기까지 나오셨냐'며 좋아해주셨다"고 했다. 이어 "단장님도 시간이 갈수록 좋아하셨다"고 웃었다.

사실 이날 수원시 고위 관계자와 스폰서 등 소위 VIP들도 대거 모였지만, 김 단장에게는 관중이 우선이었다. 당초 예상한 시간보다 긴 40여분간 팬들과 만남을 가진 후에야 VIP를 만났다. 김 단장은 "'팬없는 스포츠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관중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현역 시절부터 관중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겼다. 그런데 관중 없이 경기를 하다보니 그 소중함이 배가 됐다. 그래서 직접 감사의 인사를 건내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이벤트는 일회성이 아니다. 김 단장은 당분간 계속해서 감사 인사를 전할 계획이다. 그는 "계속해 볼 생각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있다. 해보니까 크게 힘든 일이 아니다. 관중 유치도 쉽지 않은 만큼 단장으로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보태는 게 맞다"며 "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마스크를 벗고 축구팬들과 악수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러고 싶다"며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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