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 먹은 가재도구 녹슬고 썩는데…야속한 비 언제까지"

2020-08-07 08:05:51

(충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6일 오전 충북 충주시 산척면 도로가 지난 2일 내린 폭우로 유실된 채 방치돼 있다. 2020.8.6 logos@yna.co.kr

"계속되는 폭우 예보에 물 먹은 가재도구조차 꺼내 말리지 못합니다"
6일 오전 충북 충주시 산척면 증촌마을에서 만난 수재민 홍모(70)씨가 그칠 줄 모르는 비를 보며 하늘을 원망했다.






수마가 증촌마을을 덮친 지 벌써 닷새가 지났지만, 계속되는 비 때문에 복구는 거북이걸음이다. 도로만 간신히 연결했을 뿐, 집과 농경지 등에는 아직 수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는 이번 폭우로 집과 논밭 등 생계터전을 잃은 뒤 2.6㎞ 떨어진 면 소재지 교회를 임시거처로 정했다.
하루빨리 보금자리로 돌아와야 하지만, 궂은 날씨 탓에 복구는 기약 없이 늦춰지고 있다.

그의 안내를 받아 확인한 집의 거실과 방안에는 아직 흙탕물이 흥건했다. 진흙을 뒤집어쓴 가재도구도 그대로 방치돼 있다.

5천㎡에 이르는 집 앞 참깨밭은 자갈더미에 묻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급류가 휩쓸고 간 논바닥 가운데는 대형 냉장고보다도 큰 농산물 건조기가 한 대가 토사를 뒤집어쓴 채 덩그러니 자리잡고 있다.


홍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는 비 때문에 젖은 가재도구를 말리지 못할뿐더러 복구도 속도가 나지 않는다"며 "손 볼 곳이 너무 많은데 인력도, 장비도 모자라 도움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일 이 지역에는 339㎜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후 3∼6일에도 매일 40∼80㎜의 비가 끊임없이 내렸다.

이 곳에서 1㎞가량 떨어진 이웃 상산마을도 사정은 비슷했다.

90여 가구가 사는 상산마을은 이틀 전까지 진입로를 뒤덮은 토석류를 치우지 못해 차량 출입이 불가능했다.

주민들은 폭격이라도 맞은 듯 망가진 길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간신히 발걸음을 옮겼다.

사흘 만에 막힌 길은 뚫렸지만, 아직도 진입로 곳곳에는 나뭇가지 등 부유물과 급류에 떠내려온 농기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불어난 하천에 지반이 유실돼 쓰러진 전신주는 전깃줄에 의지한 채 위태롭게 매달려있었다.

이장 이수영(69)씨는 "비가 계속 오니까 도로 복구 등은 엄두를 못 내고 겨우 전기와 상수도만 응급복구한 상태"라며 "집이 침수된 8가구는 마을회관 등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안까지 물에 잠겼던 이 마을 최도이(84)씨 집은 닷새 만에 복구를 시작했다.
이웃과 친척들이 달라붙어 집 안에 들어찬 토사를 퍼내고, 물 먹은 가재도구도 마당에 꺼낸 것이다.

그의 마당에는 진흙 범벅된 냉장고, 의자, 식탁, 이불, 밥솥만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최씨는 "궂은 날씨지만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어 가재도구를 밖으로 뺐다"며 "볕이 들어야 일부라도 건질 텐데, 하루 이틀 지나면 녹슬고 썩어서 못쓰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충주시는 이날 굴삭기 219대와 덤프트럭 63대를 수해 복구 현장에 투입했다.

시 관계자는 "장비 진입을 위한 도로, 상수도, 전기 등 응급 복구부터 서두르고 있다"며 "제대로 복구하려면 비 그친 뒤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기상지청은 7∼8일 충북에 100∼200㎜의 비가 더 올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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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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