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북에 '이란식 해법' 추진?…단계별 접근·국제공조·제재

2020-11-24 08:17:52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시간) 국무장관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지명하면서 그의 북한 비핵화 해법에 관심이 쏠린다.



블링컨 전 부장관이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제시한 해법을 보면 단계적 접근법, 지속적 외교, 협상을 위한 대북 제재 강화, 주변국과의 공조로 요약된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 외교 참모답게 바이든의 생각과 일치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이는 정상 간 담판을 중시하며 하향식인 '톱다운'을 선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기조와는 상당히 다른 방법으로 대북문제를 접근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블링컨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5년 7월 이란과 합의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도출 방식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을 염두에 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선(先) 핵폐기, 후(後) 경제보상'을 골자로 주장해 한때 주목받은 리비아식 해법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이란식 해법'이 회자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것이 그가 트럼프-김정은의 첫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날인 2018년 6월 11일 뉴욕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이다.

당시 블링컨은 '북한과 핵협상에서 최선의 모델은?'이라고 자문한 뒤 '이란'이라고 썼다.

이란 핵합의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억제와 국제 사찰을 대가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미국과 이란 외에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모두 7개국이 서명했다. 블링컨은 이 합의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링컨은 이 글에서 우라늄 비축량의 98% 제거, 원심분리기의 3분의 2 해체와 봉인, 핵무기급 이하 수준의 우라늄 농축 상한선 설정 등을 통해 이란이 핵무기를 위한 핵물질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수주에서 1년 이상으로 늘리는 효과를 봤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이란과 달리 이미 핵무기와 운반수단을 가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공개된 평가를 기준으로 북한이 60개가량의 핵탄두와 수십발의 탄도미사일, 매년 6개가량의 폭탄 제조에 충분한 핵물질 생산시설을 가졌다고 봤다.

블링컨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부분적 경제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핵프로그램 공개, 국제감시 하에 농축 및 재처리시설 동결, 일부 탄두와 미사일 제거 등을 담은 중간합의를 할 수도 있다고 봤다.

또 이 경우 지속적 외교가 필요할 연속적인 로드맵을 포함해 더욱 포괄적인 합의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면서도, 이것이야말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취한 접근법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광산, 원심분리기 시설, 조립라인, 농축 및 재처리 시설 위치 등 핵공급 체계 전부를 포괄할 감시 시스템 합의 역시 필요하다고 봤는데, 이 역시 이란 핵합의를 차용할 수 있다고 적었다.


한 번의 합의로 모든 것을 얻어내려는 것은 '돈키호테식 모험심'이라고 표현하고,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미국과 동맹의 안보에 가장 긴급한 위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성명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계획이 아닌 선언적인 내용이 담긴 수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2019년 2월 2차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같은 해 6월 판문점 회동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비핵화 협상은 교착상태에 처해 있다.

이 기고문의 저변에 흐르는 생각은 이란 핵합의 과정을 거울삼아 실무협상부터 밟아가는 단계적 접근법을 추진하고, 북미 양자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주변국 공조를 끌어내는 다자 협력틀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블링컨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국제사회 제재도 강조하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 11·3 대선을 40일가량 앞둔 시점인 지난 9월 미 CBS방송 대담 프로그램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도출을 거론한 뒤 "나는 북한과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다시 이란식 해법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달래기 위해 동맹들과 군사훈련을 유예하고 경제적 압박 페달에서 발을 뗐다고 지적한 뒤 "우리는 그 대가로 무엇을 얻는가.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실질적으로 증가시켰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협상 진전이 없다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대북 제재 등 경제적 압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해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우리는 한국, 일본과 같은 동맹과 긴밀히 협력하고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진정한 경제적 압력을 가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다양한 수입원과 자원 접근 통로를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은 2018년 6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서 임무가 완수된 것처럼 행동할 경우 중국이 대북 경제적 압박을 약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포기 전 평화협정 협상이라는 북한의 희망을 묵인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이는 미국의 오랜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화협정 문제에 관한 블링컨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블링컨은 CBS방송과 대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이는 많은 시간과 준비, 힘든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나는 어떤 환상도 없다. 북한이 내일 무기 전부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이는 단계별로 진행해야 할 일이고,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외교정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jbryo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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