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달려온 77일+1314구…괴력의 플렉센 여기서 멈추나

2020-11-24 07:36:53

2020 KBO리그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2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4회말 2사 1, 2루의 위기에서 플렉센이 강진성을 삼진으로 처리한 후 내려오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11.23/

[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크리스 플렉센의 괴력투도 여기까지일까. 한국시리즈 두번의 선발 등판을 아쉬움 속에 마쳤다.



두산 베어스 플렉센은 23일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플렉센은 앞서 열린 2차전에서도 선발 투수로 6이닝 1실점을 기록했었다. 시리즈 전적 2승2패 동률을 기록한 두산은 5차전 선발로 플렉센을 먼저 택했다. 순서대로라면 1차전 선발이었던 라울 알칸타라가 등판해야 맞지만, 현재까지의 쌓인 피로도와 최근 페이스를 감안해 휴식일을 하루 더 주기로 했다. 결국 4일 쉰 플렉센이 무거운 임무를 어깨에 짊어지고 마운드에 올랐다.

힘이 다소 떨어진 상황이었지만 플렉센은 초반 아웃카운트를 빠르게 잡았다. NC 타자들은 3회까지 플렉센을 상대로 안타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4회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플렉센은 위기를 잘 넘겼다. 하지만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오래 버티기는 힘들었다. 두산 타자들이 1~3회 선취 득점 찬스를 모두 무산시키면서 플렉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타순이 한바퀴 돈 이후에 볼 배합 승부에서 NC 타자들의 모험이 통했다. 플렉센은 5회 제구 난조 이후 애런 알테어에게 적시타를 내줬고, 6회에는 양의지에게 결정적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플렉센은 경기를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본인이 6회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6이닝 108구 5안타(1홈런) 5탈삼진 1볼넷 3실점을 기록하고 물러났다. 두산은 계속된 타선 침묵 속에 0대5로 완패를 당했다. 패전 투수는 플렉센이었다.

그는 이날 의미있는 기록을 하나 세웠다. 역대 포스트시즌 개인 최다 탈삼진 2위를 기록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플렉센은 5경기에서 32개의 탈삼진을 잡았다. 故 최동원이 1984년 5경기에서 35탈삼진으로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고, 1989년 선동열(5경기 31탈삼진)이 2위였다. 플렉센이 선동열의 기록을 제치고 역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팀의 패배로 웃을 수가 없었다.

약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플렉센이다. 7월 중순 골절 부상을 당했던 그는 2개월간 재활에 매달렸고, 9월부터 다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부상 이후 플렉센은 다른 투수로 돌아왔다. 체력을 충전한 것이 오히려 막판 스퍼트에 도움이 됐다. 다른 선수들이 지쳐있는 시점에 플렉센의 구위는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상대 타자들이 어떤 공을 던질지 알면서도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강력한 공을 뿌렸다. 두산이 정규 시즌 3위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원동력이 바로 플렉센이었다. 그는 부상 복귀 이후 77일간 총 1314구의 공을 뿌렸다.

막판에 보여준 놀라운 활약 덕분에 플렉센은 다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 대상이 됐다. 아직 구체적인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1994년생으로 만 26세의 젊은 나이인데다 빠른 공과 예리한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 올해 한층 기량이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자체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뉴욕 메츠의 유망주 투수였다가 성공을 거두지 못해 한국행을 택했지만, 그가 다시 메이저리그에 복귀한다고 해도 결코 놀랍지는 않은 상황이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승부를 7차전까지 끌고가, 막판 플렉센이 마무리로 등판하는 장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의 등판은 5차전이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다. 정말 쉬지 않고 달려왔다. 플렉센의 괴력도 올 시즌 마침표를 찍게 될까.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