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화, 기대와 과제는?

2020-12-20 15:30:45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회 로고

'예정된 수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 인정되는 본격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e스포츠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부터 정식 종목으로 선정됐다고 18일 공식 발표했다. OCA는 이날 소식을 전하며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에 '가치를 더하게 될 것'(add value)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한국e스포츠협회가 참여중인 아시아 e스포츠 연맹은 17일 OCA 회원국 대상 온라인 회의에서 한국 e스포츠의 성공 사례 등을 제시하며, 스포츠 종목으로서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e스포츠는 이미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을 채택돼 상당한 인기를 모으며 정식 종목으로의 상승은 이미 예견된 바 있다. 특히 2022년 개최되는 중국 항저우는 글로벌 IT기업이자 e스포츠 사업 전개에도 적극적인 알리바바의 본거지인데다, 중국이 세계 e스포츠 최강국 중 하나이며 아시안게임은 개최국의 입김이 큰 대회이기에 더욱 그렇다. 어쨌든 예정된 수순이었던 정식 종목 채택을 계기로 국내 및 글로벌 e스포츠 산업계가 앞으로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

글로벌에서 특히 MZ세대가 가장 주목하는 스포츠 종목은 단연 e스포츠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뿐 아니라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도타2', 'FIFA 온라인 4' 등 국제 대회가 이미 활성화된 종목뿐 아니라 다양한 중소 게임들도 각종 대결 이벤트를 열어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등 이제 e스포츠는 하나의 마케팅 수단을 넘어 '보는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매년 기록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반면 전통 스포츠 종목들은 이와 같은 디지털 스포츠와의 경쟁에서 밀려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오랜 기간 지켜왔던 룰을 계속 바꾸고, 정확한 판정을 위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등 변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 종합 스포츠 대회들이 FIFA 월드컵과 같은 단일 종목 대회의 인기에 이미 밀린 것도 굳이 흥미가 없는 여러 종목을 즐기지 않고 자신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찾아보는 젊은 세대들의 트렌드와 결코 무관치 않다. 결국 백화점 나열식의 종목 구성이 아닌,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e스포츠의 적극적인 채택 말고는 인기 하락을 돌이킬 수 없다는 시대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2020년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로 인해 내년으로 연기가 됐고, 현재의 상황에선 이마저 정상적인 개최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을 비롯해 올해 개최될 대부분의 국제 스포츠 경기들이 차질을 빚은데 반해 e스포츠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디지털 공간에서 치를 수 있기에 올해에도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일정을 소화한 것도 기존 스포츠계에선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일정한 장소에 모여 대면으로 근육 활동을 겨뤄야 하는 것이 스포츠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였는데, 이를 모두 무시한 방법으로도 얼마든 팬들이 열광하는 스포츠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에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자카르타 대회에서 시범 종목으로 6개 게임을 활용해 치렀는데, 국내에서 공중파를 통해 잠깐 중계가 됐음에도 다른 종목과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도 단연 e스포츠였다는 점은 대회 주최측뿐 아니라 글로벌 스폰서들에게도 분명 시사하는 바가 컸다. IOC에서도 e스포츠의 종목화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2024년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e스포츠의 시범 종목 채택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등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기존 스포츠와 나란히 어깨를 겨룰 날도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어떻게 발전시킬지가 관건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 발전시켜 나갈지는 국내외 e스포츠 산업계에 주어진 과제가 할 수 있다.

이미 기존 메이저 스포츠를 뛰어넘을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서의 외연 확대는 e스포츠계의 숙원이라 할 수 있다. 그 자체로서의 재미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e스포츠의 근원인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는 동시에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e스포츠를 통해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쥐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음할 수 있다는 것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국내에 국한하더라도 현재의 병역법이 그대로 적용되는 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10~20대 남자 e스포츠 선수들에겐 분명 가장 큰 인센티브라 할 수 있다. 군대를 다녀오면 대부분 은퇴를 해야 할 정도로 선수의 수명이 짧은 편인데, 국위 선양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활동 기간을 늘어나고 우수한 게이머들이 e스포츠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계기가 마련된다는 것은 엄청난 소득이라 할 수 있다. e스포츠만으로도 진학할 수 있는 유수 대학이 많아진다면, 클럽팀과 연계된 학원 스포츠의 활성화도 더욱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e스포츠의 경우 다른 종목과 달리 게임사들이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많은 지역 리그 혹은 글로벌 대회들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충이 아닌 협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항저우에서 채택될 6개 종목 가운데 가장 유력한데, 아시안게임이 열릴 9월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가장 중요한 대회인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시작되는 시기이기에 최고의 선수 선발을 위해선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다.

더불어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북미와 중국, 유럽 등에 시장이나 투자 규모 등에서 이미 뒤진 상태로 우수한 선수 발굴 및 육성 시스템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과연 이를 계기로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받아 자생력을 갖춘 프로 및 아마 스포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앞에 놓여진 과제라 할 수 있다. e스포츠 전문가들은 "e스포츠가 글로벌에서 계속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e스포츠 산업계에선 IP를 가진 게임사와 선수 정도를 제외하곤 이 생태계 구축에 공헌한 많은 사업자들에겐 거의 혜택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서 저변 확대와 인식 개선, 합당한 이익 공유가 더욱 중요하다. 이처럼 공생을 위한 논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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