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외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가 4번이 된다는 전제로 '2번 김현수'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라모스가 부상으로 들쭉날쭉하는 바람에 김현수는 4번타자로 가장 많이 나섰다. 전체 619타석 중 4번타자로 320타석에 들어섰고, 2번은 174타석, 3번은 125타석이었다.
신임 류지현 감독은 "타순은 판을 새로이 짜야 한다.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최적의 라인업과 포지션, 타선을 구상할 예정이다. 데이터 분석, 타격 코치의 의견 등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 뒤 "현수도 현수지만, 우리 팀에 맞는 조합을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수의 타순을 정해놓고 접근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류 감독은 "김현수 하면 3번 이미지가 컸다. 작년에는 2번에서의 활약도 컸다. 우리 팀에서는 2번에 적합하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사실 걱정도 있었다. 혼돈을 주지 않을까 했지만, 다행히도 타순에 대해 심적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는 현수한테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현수의 타순을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면 다른 타자들의 컨디션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일단 류 감독은 지난해 11월 취임식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한 라인업 구성 계획을 강조했었다. 류 감독은 "데이터 분석팀에 12명이 있는데, 코칭스태프 미팅 때 데이터분석팀장까지 참석해 코치들과 서로 소통하고 조율하다 보면 좀더 나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라모스가 정확성과 클러치 능력을 보완해 안정적인 4번타자로 들어설 수 있다면 김현수를 상황에 따라 2번 또는 3번에 자유롭게 기용할 수 있다. LG는 지난해 후반기 이후 라모스에 관한 데이터 분석에 무척 신경을 썼다. 타순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었다. 올시즌도 마찬가지다. '큰 틀'에서는 김현수와 라모스의 관계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라모스는 지난 시즌 4번서 2할9푼8리, 3번서 2할6푼4리, 6번서 2할6푼3리를 기록했다. 타격감이 좋던 시즌 초반 4번서 맹타를 휘두른 그의 타격을 류 감독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