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검사에 건보 적용하니 렌즈값 5배로…환자부담 늘었다

2021-01-24 08:57:15

[손해보험 C사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강남의 한 안과에서 작년 8월에 다초점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 A씨는 수술비, 검사비, 다초점 렌즈(인공수정체)비로 총 500만원을 지불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일부 검사의 가격이 무려 390만원이나 되는 고가여서다.



그 다음 달부터 이들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해 환자는 몇만 원만 더 내면 같은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9월에 이 안과에서 같은 수술을 받은 환자 B씨도 병원비 500만원을 냈다.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술비와 검사비는 합쳐서 20만원이 채 안 됐지만 다초점 렌즈값이 8월 92만원에서 9월 481만원으로 폭등했기 때문이다.

강남의 다른 안과에서도 동일한 다초점렌즈 가격이 7월에 92만원에서 9월에 531만원으로 뛰었다.
검사비를 누르니 렌즈값이 튀어오르는 '풍선효과'는 다초점 백내장 수술을 많이 하는 대도시 안과의원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는 게 손해보험업계의 설명이다.
검사비 건보 적용 후에도 환자에게 동일한 진료비를 받는 안과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검사비만큼 추가 수입도 생긴다. 이 비용은 건강보험 가입자, 즉 전체 국민이 낸 보험료에서 나간다.
대형 손해보험사 C사의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자료를 보면 백내장 수술 환자의 청구금액은 고가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 1건당 평균 401만원에서 건보 적용 후 지난달 1건당 471만원으로 급등했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혼탁한 수정체를 대체하면서 시력도 교정하는 효과가 있다. 시력교정 렌즈이므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 항목이다. 비급여 항목은 정부의 진료비 통제를 받지 않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고가의 검사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환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안과가 다초점 렌즈 가격을 마음대로 올려버려 정부의 보장성 강화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24일 지적했다.
'수익성'이 좋은 데다 통제도 없다 보니 환자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불필요한 조기 수술로 부작용 피해가 생기기도 한다.
일부 안과에서 다초점 수술을 하기 위해 백내장 증세가 심각하지 않은데도 환자의 수정체를 긁어내고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이른바 '생내장' 수술을 한 사례가 소비자단체 등을 통해 앞서 여러 차례 알려졌다.

◇ 비급여 정보공개 앞두고 최근 다초점 수술 급증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 등은 이러한 풍선효과를 지적하며 비급여 의료비를 관리하라고 정부에 꾸준히 건의했다. 그나마 이달부터는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비용을 사전에 설명해야 한다. 또 올해 6월부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제도가 의원급으로 확대된다. 안과도 이달부터 다초점렌즈 가격을 설명해야 하고, 6월부터는 비용이 공개된다.
비급여 정보 설명·공개를 앞두고 작년 말 다초점 백내장 수술이 급증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상위 5개 손해보험사의 백내장 실손보험금 청구액은 621억원으로 작년 동기(305억원)의 2배가 넘고, 작년 11월까지 월평균 청구액 374억원보다 65%가 더 많다.
큰 비용 부담 없이 다초점 수술을 받는 실손보험 환자를 알선하는 다단계 조직 등 브로커도 최근 더욱 활개를 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청구가 전체적으로 급증했지만 다초점 렌즈에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2016년 1월 이후 가입자의 실손보험 청구금액은 수년째 월 20억원 미만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실손보험 적용 여부가 비급여 의료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도 비급여 관리를 통한 의료비 총액관리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정부가 비급여 의료를 관리하려면 실손보험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해야 하는데도 최근 구성된 비급여관리강화 특별전담팀(TF)에서 보험업계가 배제된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 수술 같은 풍선효과가 무한 반복되지 않으려면 비급여 동향을 빠르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보험업계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tre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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