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모자`가 남긴 복지 과제…"생계급여 기준 높여야"

2021-01-25 08:04:50

[촬영 김지연 수습기자]

지난달 서울 방배동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여성이 사망 5개월 뒤 발견되고 30대 발달장애인 아들은 전기가 끊겨 노숙하게 된 사연이 알려지면서 복지 사각지대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제2의 방배동 모자 비극을 막겠다며 지난 14일 기초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고, 서초구는 지난 한 달여 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상 전수조사를 해 이를 토대로 향후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복지 문턱을 낮추는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배동 모자를 세상에 알린 정미경 사회복지사는 25일 "부양의무제 폐지는 당연한 수순이지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제도가 많아도 담당자들이 적극 활용하지 않고 있는, 공무원들의 적극성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대가 높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살아 `방천동'(서초구의 봉천동)으로 불린다는 방배동 모자의 옛 터전에는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여러 이유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남아있었다.

40년째 방배동에서 아내와 함께 사는 A(85) 할아버지는 국가유공자로 월 59만원을 받고 있지만 다른 수입이 미미해 약값과 치료비, 공과금 등을 제외하면 생활비가 빠듯하다.

이 할아버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찾아온 1998년 공무원직을 퇴직하면서 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했다. 하지만 아들 둘에게 결혼·전세 자금을 지원해주자 남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생활고를 겪던 할아버지는 차상위계층 신청을 하고자 구청을 찾기도 했지만 "공무원으로 일시금을 받았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절당했다.

할아버지에게는 청각 장애도 있다. 보청기를 착용해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하지만 장애인지원금 등 복지 혜택을 받기에는 할아버지의 장애등급이 낮게 판정됐다.

할아버지는 재판정을 받고자 다시 병원에 방문했지만 쏟아지는 서류 제출 요구에 결국 지원받기를 포기했다. 할아버지에게 지원받을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도우미도 없었다.

정 복지사는 A 할아버지처럼 생활고를 겪는 이들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된다' 혹은 '안 된다'의 이분법적인 대응을 하는 관행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취약계층이 본인의 상황을 잘 모를 수 있다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인지하고 구체적인 상담을 통해 연계할 수 있는 기타 복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명예교수도 "방배동 모자 비극은 소극 행정과 방관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며 "사고가 터지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평소에 시간별로 복지 업무를 배정하는 등 체계적 스케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행 복지 수급자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현실화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은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이 제도적 지원에 접근할 수 없도록 통로를 차단한 사례가 많다"며 "복지수급을 위한 재산 기준이 너무 엄격해 극단적 어려움에 있지 않은 한 제도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생계급여 수급 대상이 중위소득 30% 이하인데, 해외 사례와 사회적 인식을 종합하면 40%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viva5@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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