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포커스]'선수도 승리가능' 확 달라진 KBO, ML식 연봉조정제도 도입

2021-01-24 16:26:45

10년 전 KBO에서 열린 롯데 이대호에 대한 연봉조정위원회. KT 주 권 이전까지 KBO의 마지막으로 열렸던 연봉조정위원회였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KBO가 달라졌다. 선수협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KBO는 25일 열리는 KT 위즈 주 권의 연봉 조정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변화가 도드라진다. '공정성' 담보를 위해 위원회 구성과 조정 방식을 메이저리그 식으로 구체화 했다.

첫째, 조정위원에는 선수와 구단이 추천한 인사가 각각 1명씩 포함됐다. 기존에 없었던 구성 방식이다.

둘째, 조정에 필요한 객관적인 판단 기준도 마련했다.

조정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과 '고려해서는 안되는 점'을 명확히 했다.

'고려해야 할 점'은 직전 시즌 선수의 공헌도와 이에 대한 기간 및 지속성, 선수의 성적에 의거한 공식 수상 경력과 최근 소속 구단의 성적, 선수의 과거 연봉 및 동급 연차 선수들의 연봉 수준 등이다.

반면, '고려해서는 안되는 점'은 구단, 선수의 재정 상황,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언론의 의견 또는 평가 자료, 조정위원회 개최 전까지 구단과 선수가 논의한 조건, 양측 대리인 또는 변호사에 대한 비용, 타 스포츠 종목 선수 또는 직업의 연봉 등이다.

셋째, 구단과 선수(또는 공인된 대리인)가 제출한 근거 자료에 대해 직접 출석해 설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역시 기존에 없었던 방식이다.

이 모든 변화는 메이저리그 연봉조정위원회가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 사항들이다.

KBO는 이 같은 변화를 명시화 하기로 했다. 조정위원의 선정 기준 및 판단 기준 등 조정위원회 운영 관련 미비한 부분을 더 보완해 KBO 규약에 명시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KBO 규약에는 연봉조정위원회에 대한 형식적 규정만 있었다.

KBO 규약 제76조와 77조에는 '총재가 조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당위적 규정과 '조정신청 마감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조종을 종결한다'는 시한만을 두고 있었다.

KBO의 전향적 변화는 상생에 있어 고무적 신호다.

지금까지 연봉조정신청 결과는 구단이 절대 유리했다. 20차례의 조정위에서 구단은 19승1패로 압도적 승률을 유지했다.

그러다보니 연봉조정제도가 유명무실해 졌다. 선수 측의 신청 자체가 뜸해졌다. 이번 주 권 케이스는 2011년 롯데 이대호 이후 10년 만이다.

조정위원회 구성 권한이 전적으로 KBO 총재에 있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KBO 측은 "이전까지도 여러 측면을 고려해 구단과 선수 측에 공정하게 구성하려 노력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선수 측은 믿지 않았다. "KBO는 사실 각 구단들의 합의체 아니냐"며 'KBO=구단'이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변화는 의미심장 하다.

양의지 새 집행부가 출범한 선수협은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수와 구단 측 모두가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되길 기대한다"며 '공정한 구성'을 촉구했다. 거친 표현 대신 '기대한다'는 온화한 당부의 표현을 썼다.

이에 정지택 새 총재가 출범한 KBO가 화답했다. 납득할 만한 구성 원칙과 판단 기준을 객관적으로 담보하며 구단과 선수 양 측에 '승복'의 장을 마련했다.

변화와 혁신은 거친 구호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검토된 합리적인 요구 사항을 납득할 만한 표현이란 그릇에 담아낼 때 비로서 가능해진다. 그런 면에서 선수협의 관심과 KBO의 화답은 상생의 출발점이 된 멋진 합작품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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